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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다
고해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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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17: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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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데려갈 거야/어쩌면 꽃들이 아름다움으로 너의 가슴을 채울지 몰라/어쩌면 희망이 너의 눈물을 닦아 없애 줄 거야/그리고 무엇보다도,/침묵이 너를 강하게 만들 거야.’ 댄 조지의 어쩌면이라는 시를 떠올린다.

 밤하늘의 별을 본지가 얼마만인가. 새까만 하늘을 가득 채우던 별들의 속삭임을 느껴본 적도 까마득하다. 자주 볼 수 있었다면 습관처럼 눈길 줬을 법한데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던 하늘이다. 한 밤중까지 불빛 꺼질 줄 모르는 건물들이 즐비하니 밤하늘의 별을 가까이에서 찾아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설령 보이는 날에도 눈에 안 보이는 별들이 무수히 많기도 하다.

 세종시에 사는 손자를 잠시 봐주러 와있다. 안사돈이 갑자기 입원하게 되는 바람에 어린이집이 끝나면 데려오는 역할을 대신하는 중이다. 유독 아침부터 미세먼지 등이 안 좋다는 소식에 날씨에 관한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첫날인 어젯밤, 손자가 제주할머니와 잔다며 방으로 들이닥친다. 이런 저런 것들을 함께하며 놀아주다보니 좀체 잠재울 기미가 없다. 아까운 시간은 마구 흐르고 어떤 구실을 만들어볼까 궁리를 거듭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아이마냥 사그라들 줄 모르는 도심 속의 불빛들이다.

 몇 번이나 눈을 깜박거린 후 다시 올려다봐도 별빛이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별을 본적이 있냐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큰 소리로 없다고 외친다. 나 역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내던 터라 별을 볼 기회가 좀체 없었다. 유난히 반짝거리는 별 하나, 둘은 신기한 듯 몇 번을 지켜봐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일 어린이집에 가면, 친구들한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본적 있느냐고 한번 물어봐봐.”

 즐비한 아파트촌 한 가운데, 26층 중 15층 창을 통해 손 흔들어주는 별을 볼 수 있다니, 눈을 의심할 정도다. 유난히 깜빡이는 큰 별이다. 우리를 향해 오랫동안 눈을 맞춰주며 환하게 웃어준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곧 나올 법한 느낌에 얼른 셔터를 눌러보지만 온통 새까만 하늘이 전부다. 큰 기대 없이 누른 거라 빗나가고 만 것일까. 누군가를 향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려는 듯 쉼 없이 황금빛 미소로 반짝거린다. 잠시 천진난만한 손자의 마음으로 별의 떨림과 향기에 흠뻑 젖는다. 작게 들려오는 숨소리까지 맞춰보려 눈을 고정한다. 무의미한 시간을 덜어주기 위해 소임을 받고 짠하고 나타나준 듯 온기로 깃든다. 침대에 누운 채로 둘이 줄곧 편하게 볼 수 있는 적지도 찾아낸다. 전등을 끄고 보면 더욱 잘 보인다고 이해시키고 나서 모처럼 등까지 끈다.

 요즘은 시골에서조차 잘 볼 수 없는 별이다. 별 볼일이 없을수록 고개 들어 별 볼일을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사막을 건널 때는 지도가 아니라 별을 보아야 한다..’던 문구가 실감나는 5, 내일 밤도 우리는 창가로 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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