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연휴가 겹치는 날이면 인천국제공항의 북적이는 가족 나들이 여행객들의 모습이라든가 세계 곳곳에서 여행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가끔은 자기 과시를 통해 현지인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례들로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오래전 일본이 그랬듯이 경제적 동물이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쩌면 풍요로움 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어울리는 말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부와 명예, 권력을 향한 의욕이 마치 활활 타오르는 화톳불 속으로 무작정 덤벼드는 불나비의 모습과 비견되는 것은 지나친 생각인지 모르겠다.

물질주의는 이기주의를 양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외모나 능력, 유력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위와 힘을 배경 삼아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것이 힘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와 명예를 가진 자는 성공한 사람이며 그렇지 못한 이들은 세상의 낙오자라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훈화하기도 한다. 출세는 세상에 드러내는 것으로 그것은 부와 명예를 얻는 유일한 삶의 목표이기에 치혈한 경쟁을 통해서 쟁취해야한다고. 필자가 재직 시절에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할 때, 아이들은 직업 선택에서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얼마나 맞는 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보수가 얼마가 되는 가를 먼저 물어보았다. 매스컴에서 열광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현란한 동작과 노래 속에 담겨진 천문학적인 연봉의 보수는 아이들의 감성을 무한히 자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인구대비 성형수술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20대에서 40대까지 도시에 사는 여성은 다섯 명 중 한 명이 성형수술을 경험한다고 하는데 그 연령이 점차 10대로 좁혀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길거리에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도 마치 인형처럼 비슷비슷하다. 이왕이면 예뻐 보이고, 젊어 보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 맞고 있는 이 성형 열풍은 이미 일반화 되어 버렸다. 연령대가 내려올수록 아이들의 조바심은 점점 커지고 학교교육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건강한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가 교사다. 교사는 미래의 주역들을 창조하는 일에 소명을 받은 자들이다. 건강한 미래 사회는 오직 이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처럼 물질주의가 만연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은 너무도 힘든 과업이 아닐 수 없다. 학생의 인권을 우선시하는 일련의 보호법 등은 교육 현장에서 오히려 교권이 침해당하는 역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교권은 교원의 권리 혹은 교육권을 지칭하는 말로 비단 교사에게 보장된 법률적 권리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인격적 권위를 포함한다. 교육자로서 자율성을 가지고 학생의 사람됨을 만들어가는 권위를 가진다는 뜻이다.

오늘날 낮은 출산율과 물질만능주의, 이혼율이 급증함에 따라 가족 기능이 해체돼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교사들에게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결여된 학생, 미래에 대한 꿈이 없는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돌보아야 하는 책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사들이 교육자로서 자율성을 가지고 학생의 사람됨을 만들어갈 수 있는 권위를 가지고 있는지 반문하게 만든다. 교사로부터 학생의 사람됨을 만들어가는 권위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사회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교사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