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발전, 건전한 상거래 질서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과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을 동시에 보호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지만 솔직히 골목상권보다 대기업에 유리한 법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가 들어선 후 골목상권은 생존권이 위협받을 정도가 됐으며 재래시장도 소비자가 격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까지 문을 열 예정이다. 소상공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최근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은 이마트의 노브랜드 제주아라점 개점을 ‘결사 반대’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도 골목상권 잠식이 우려된다며 확대 입점을 규제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역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정한 ‘전통상업 보전 구역 1km 이내 입점 제한’이다. 이 규정을 3~5km로 확대만 해도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덜할 것이다.

　특히 제주도는 법적 근거가 없어 개점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손을 놓을 게 아니라 아마트 측과 협의를 강화해 입점을 유보하거나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사이에 입점 제한 거리를 확장하는 문제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국회에서 개정이 이뤄지도록 해나가야 한다. 당장 개점을 허용하면 도 전역에 2호점, 3호점이 들어서고 다른 기업형 슈퍼마켓의 도내 진출도 잇따를 수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일반 슈퍼마켓보다 크고 대형 마트보다는 작은 규모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을 살리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골목상권을 고사시키고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기업에 기울어진 유통산업이 말 그대로 균형발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