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내 모 도로를 위를 달리고 있는 전세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일어나 춤을 추고 있다. 사진=고현영 기자

[제주신문=이서희 기자] 퇴근 시간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고모(38)씨는 깜짝 놀랐다. 신호를 받고 대기 중인 관광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일어서서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 씨는 “관광버스 안에서 음주가무를 하는 것은 옛날 얘기인 줄 알았다”며 “버스 안 사람들은 물론 기사도 위험해 보였고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가슴 졸였다”고 털어놨다.

제주시 도두동에 사는 김모(32)씨도 주거지 인근 주차장에 세워둔 관광버스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목격했다.

김 씨는 “주차된 관광버스가 흔들리기에 놀라 경찰에 신고할 뻔 했다”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버스 안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관광객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봄 행락철을 맞아 제주도를 찾는 단체 여행객들의 관광버스내 음주가무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버스 내 음주가무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미미한 처벌 규정 때문이다.

관광버스 내에서의 음주가무는 도로교통법 제49조에 따라 위반했을 경우 운전자에게만 과태료 10만원과 벌점 40점이 부과된다.

만일 대형사고로 이어지더라도 음주가무 행위를 한 탑승객을 처벌할 관련 규정은 없다.

도로교통법 제49조 1항에도 ‘운전자는 승객이 차 안에서 안전운전에 현저히 장해가 될 정도로 춤을 추는 등 소란행위를 하도록 내버려두고 차를 운행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을 뿐 탑승객에 대한 제재조치는 없다.

한편 이에 대해 행정당국은 음주가무 행위의 현장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음주단속처럼 불시에 관광버스를 도로 한 가운데 세워 스피커나 노래방 기계 설치 등 단속을 하는 것이 실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운전자가 단체 여행객들의 음주가무 행위를 저지할 경우 버스 회사를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운전자들은 처벌을 받더라도 음주가무를 방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버스 내 음주가무는 운전자와 여행객들의 인식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큰 음악 소리와 이에 맞춰 춤을 추는 행위는 운전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안전을 위한다면 절대 삼가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