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이다. 용돈과 카네이션 들고 전날 양부모님께 다녀왔다. 열시까지 가야 할 곳이 있기에 준비하면서 봉투도 두개 챙겼다. 시내 갔다 오다가 늦어도 내가 사는 이구에도 들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시간을 조정하였다. 먼저 사무실에 들렀는데 아무도 없다 기다리다 보니 타야 할 버스가 지나가 버린다.

　삼십대 초반까지는 부모에게 하는 도리만 알았다. 공동체 행사에 참여한다는 생각은 못했다. 남편이 청년회 회장하면서 자금이 부족하여 사방에서 구걸하며 마을을 위해 애쓰던 나날이 각인 되었을까. 회장을 그만 둔 이후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내가 전하는 작은 성의로 마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어왔다. 어쩌다 집안에 행사가 겹쳐서 다가가지 못하면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날을 떠올리며 무심코 버스에 올랐는데 기사님이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하며 뭔가 주기에 받았다. ‘부모님 은혜에 깊이 감사하며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라고 적힌 선물을 뜻밖에 받고나니 의문이 생긴다. 운전하면서 인사하고 선물을 나눠주면서 일인 삼역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기사를 지켜보았다. 큰 선물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기사님! 오늘 소비하는 사탕 양이 얼마나 되나요?”, “글쎄요. 저도 잘 모릅니다. 이 쇼핑백 가득 담아주기에 전하고 있어요.” 바쁘게 움직이는 기사에게 다른 질문하기가 미안해서 참았다. 며칠 후 삼화여객으로 전화를 하였다. 함덕에서 제주시까지 운영하는 버스 회사가 세 개란다. 합치면 41대의 버스 마다 각 방향에서 사탕 선물을 나눠줬다고 한다.

　손님들에게 드리는 글과 반대 면은 회사명을 인쇄해서 양면이 잘 보이게 정성껏 포장하였다. 세 알씩 수 백 개를 포장해서 다시 수 십 개 쇼핑백에 담아 차마다 올리는 과정을 상상해 본다. 몇 명의 직원이 얼마나 노력했을까. 나에게 전달된 세알의 사탕과 짧은 글이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니 뜻 깊은 선물이었다.

　자식이 부모에게만 효도하던 시대와 달리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주위에 외로운 분들에게 관심을 두면서 다양한 공동체구성원으로 증진한다. 선물의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운전기사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올라오는 손님마다 애써 전달하고 있다. 사장과 직원, 기사가 뜻이 모아지기까지 늘 상호관계 속에서 이어진 결실이었으리라.

　우리가 변화를 일으키며 살아가는 지구에서 기후도 가늠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이끌어간다. 먼 나라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같은 문제 앞에서도 누구에게 하소연을 못한다. 온 세상이 하나라는 큰 틀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같이 돌아가는 삶이 되어 버렸다. 일상에서 내가 버리는 사소한 쓰레기 하나도 개인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다. 나 대신 누군가 사방에서 하는 노고로 세상이 편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는 날도 편리를 추구하던 곳에서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언제까지 동전의 양면처럼 짊어지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가.

　손님을 위해 달리는 버스와 기사가 존재하기에 편하게 앉아 있으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달콤한 사탕으로 서로 주고받는 마음의 뜻이 이루어지면서 매연을 남기는 버스는 힘차게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