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공적 업무를 공단을 만들어 맡겨 버리면 공무원들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지방공기업 설립이 유행처럼 확산되면서 도민사회는 물론 공무원사회에서도 자조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제주도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이 전담할 업무는 환경기초시설, 하수처리시설, 공영버스, 공영주차장 등 4개 부문이다. 누가 보더라도 귀찮고 힘든 업무를 민간에 떠넘기려는 제주도의 속셈을 알 수 있다. 원래 지방공기업은 지자체 업무 중 사업성이 있는 업무를 전담해 수익성도 높이고 지방예산을 절감하는 기능을 한다. 제주도개발공사와 제주에너지공사, 제주테크노파크는 대표적인 지방공기업들이다. 실제로 제주도개발공사는 지하수를 전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더구나 쓰레기와 하수처리 문제는 제주의 가장 큰 현안이면서 골칫거리다. 하수처리장이 미처 처리하지 못한 하수가 넘쳐 악취를 풍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쓰레기를 해외(필리핀)에 수출했다가 되돌아와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폭주하는 관광수요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자업자득이다. 이러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청정 자연 관광지 제주의 명성은 옛말이 되고 말 것이다.

　원희룡 지사는 작년 지방선거 시 공공일자리 1만개 창출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제주도는 시설관리공단의 소요 인력을 1082명(현직 공무원 전환 400여 명 포함)으로 잡고 있다. 이 공단에서만 신규 일자리 600여 개가 생긴다.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서두르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원 지사의 선거공약 때문임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쓰레기와 하수처리는 완벽한 업무처리와 과다한 혈세 부담 방지를 위해 계속 제주도가 맡아야 한다. 골치 아픈 일이라고 외부에 떠넘기면 진정 도민을 위해 봉사하는 도정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