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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 찾아드리기
문건협  |  법무법인 산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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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3  18: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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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가을, 한 아주머님께서 변호사사무실을 찾아오셨다. 본인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잘못 등록되었으니 고쳐 달라 하셨다. 어렵지 않은 의뢰라 흔쾌히 해드리기로 했다. 변호사는 늘 누군가와 싸우는 게 일인데, 이런 사건은 상대방이 없으니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졸업증명서가 잘 보존되어 있었고, 증인도 많았다. 아주머님의 어머님도 정정하셔서 60년 전의 일들을 다 말씀해 주실 수 있었다. 우리나라 법원은 개명 등의 개인정보 변경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불순한 목적이 없는 한 허가를 해주고 있다.

 그런데, 아니었다. 매우 어려웠다. 아주머님이 하셔야 될 일은 개명과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아니라, 법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아주머님은 60년생 ㅇㅇ시다. 아주머님에게는 58년생 ㅇㅇ라는 언니가 계셨는데, ㅇㅇ서 언니는 만 3세가 되기 전에 돌아가셨고 아주머님의 부모님은 언니의 사망신고와 동생(아주머님)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셨다. 아주머님(동생)은 성인이 되어 자연스레 언니의 이름으로 신분증을 발급받았다. 마치 모 방송국의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의 주인공처럼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살게 된 것이다. 그냥 편하게 개명과 생년월일 정정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그러려면 여러 증거를 조작하고 법원을 기망해야 했다. 정면돌파로 방향을 정했다.

 우선 ㅇㅇ라는 진짜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는 등록부 상 50대의 여성이 태어나는 일이기에 법원의 확인이 필요했고, 유전자시험성적서를 포함한 각종 증거를 제출하여 결국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ㅇㅇ언니의 사망신고를 했다. 서류 상 언니 분에게는 남편과 아들·딸 가족도 있는데 갑자기 55년 전에 사망했다며 사망신고를 하려니 이것 또한 쉽지 않았다. 법원과 시청, 읍사무소, 동사무소 가족관계 담당 직원들로부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전화가 왔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다시 태어나고 보니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남편, 자식, 직장, 돈 아무것도 없었다. 개명을 하면 주민등록초본에 개명 사실이 기재되기 때문에 개명 전후의 동일성이 쉽게 인정되지만, ‘다시 태어난 사람에 대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의 인생과 새 인생을 연결시키기 위해 지금까지의 서류들을 정리하여 아주머님의 직장, 근로복지공단,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은행들, 핸드폰 통신사에 보냈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남편분과 언니 명의로 한 혼인신고는 혼인무효청구를 통해 무효로 만들었고, 기존의 혼인생활은 사실혼존재확인을 받았으며, 새롭게 남편분과 혼인신고를 했다. 자녀들과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 판결을 받았다. 결국 온갖 종류의 신청과 재판과 통지를 거쳐 모든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 후 한 달 쯤 지났을까 아주머님께서 선물을 들고 사무실에 찾아오셨다. 본인의 진짜 이름이 찍힌 주민등록증을 자랑스레 보여주시며 이거 낼 때 이제 떳떳하고 막 좋아~!”라고 하시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이 맛에 변호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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