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오름에서 만나는 제주
한 걸음의 향기로 힘을 얻는 '천국의 계단'3. 백약이오름
고현영 기자  |  hy0622@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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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2  16: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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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바라본 초원 위 펼쳐진 천국의 계단.

#약초가 자생하는 오름

19세기 편찬된 탐라지초본에는 백야기오롬은 정의현성 동북쪽 13리에 있다. 약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다고 기록돼 있다. 백약이오름의 본래 이름은 개여기오롬이다. ‘개여기의 확실한 의미를 알 수는 없으나 19세기부터 백야기오름이라 불린 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백약이오름은 오름 군락지인 송당 산간에 있는 데다가, 도로변 가까이에 있어 탐방객들의 왕래가 쉽다. 특히 백약이오름에는 보통 한라산과 북한 지역에서만 자란다는 피뿌리풀이 듬성듬성 자생하고 있다. 오름 안에도 약용으로 쓰이는 복분자딸기와 층층이꽃, 향유, , 방아풀, 꿀풀, 쇠무릎, 초피나무, 인동덩굴 같은 약초가 자생하고 있다.

 

#초원 위 레드카펫

자동차를 타고 번영로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다 대천교차로에서 좌회전한다. 비자림로와 금백조로를 약 6정도 더 가다보면 마치 나를 위해 깔아놓은 레드카펫처럼 초원 위로 아주 긴 계단이 펼쳐졌다. 바로 백약이오름이다.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백약이 오름은 둥글넓적한 굼부리(분화구)를 갖춘 원뿔 모양을 하고 있다. 정상 북쪽과 북동쪽에 두 개의 봉우리가 시선을 끈다.

오름 북동쪽에는 문석이오름과 동검은이오름이 있고 동쪽에는 좌보미오름이 있다. 북서쪽에는 아부오름이, 서남쪽에는 돌리미오름과 개오름이 있다. 동북쪽 비탈은 주로 초지이지만 나머지 비탈 대부분은 삼나무와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백약이오름은 해발 356.9m, 둘레 3124m이며 총면적은 581463이다. 높이가 132m이지만 정상까지 향하는 능선이 완만해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오름에 속한다.

 

   
정상에 오르던 중 걸음뒤로 펼쳐진 성산일출봉과 우도 풍경.

#천국의 계단

주차장 옆 좁다란 샛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눈앞에 초원이 펼쳐진다. 여느 오름에서는 볼 수 없는 낮지만 긴 계단의 탐방로가 초원을 가로지른다. ‘천국의 계단으로 불리는 백약이오름의 탐방로는 그렇게 쭈욱 정상까지 탐방객들을 안내한다.

갖가지 약초가 많이 자생한다는 얘기를 먼저 들어서일까. 약초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듯하다. 입으로 들어가야 약효가 있겠지만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마치 힘을 얻는 신비한 체험도 잠시. 한 발 한 발 정상으로 향한다.

발자국 옆으로 노랗게 고개 내민 이름 모를 들꽃들도 걷는 내내 시선을 잡는다.

백약이오름의 계단은 마치 탐방객들의 보폭까지 감안한 듯 폭과 높이가 모두 안정적이다. 그래서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긴 숨고르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간간이 오솔길이 나 있지만 탁 트인 시야는 제주 대부분의 오름이 그렇듯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깐이지만 안식을 내어준다.

마지막 계단에 올라서면 정상 두 봉우리로 향하는 양 갈래의 탐방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천천히 둘러보며 한숨 내려놓을 때 쯤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비롯해 제주 동부지역에 속하는 구좌·조천·성산·표선의 경관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분화구 안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고 하지만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강우량에 따라 물이 고여 있을 때도, 메마를 때도 있다고 한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탐방로.

#초록+파랑의 신세계

사람들도 각자 생김새와 성격이 각양각색이다. 오름 역시 겉으로는 그 오름이 그 오름같지만 천천히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오름마다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약이오름의 얼굴은 아마도 오름 시작점에 펼쳐진 천국의 계단이 아닐까 싶다. 찾는 이들이 적지 않은 오름이라 편의를 위해 정비한 탐방로라고 하지만 초원 위 펼쳐진 천국의 계단은 마치 내가 하늘로 향하는 지름길을 걷고 있는 착각이 들게 한다.

파란 하늘 향해 충만하게 열려 있는 분화구 역시 넉넉함을 선사한다. 만 가지 색이 부럽지 않은 초록과 파랑의 신세계, 이것이 바로 제주 오름의 개성이리라.

한 주의 쉼표는 오늘도 오름이다. 능선을 언덕삼아 취하는 잠깐의 휴식에서 또 지친 한 주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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