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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밥 멕여줘?
김성률  |  교사 /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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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6  17: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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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표자 학생들이 가짜뉴스의 예를 하나 든다. 최근 발생한 대림동 여경사건이라며 0라는 유튜버의 영상이다. 영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 주된 내용은 1)상황 대처를 제대로 못한다고 여경을 비난하며 계속하여 여성 혐오를 자극하는 발언, 2)중국동포의 범죄를 부각하며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발언, 3)외국인 거주를 허용하는 정부에 대한 적대적 비난 발언, 4)자신의 주장과 다른 언론기사에 퍼붓는 왜곡 등 사회 병리 집단의 혐오 생산 목적용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발표자에게 물었다. “그 영상을 보여준 까닭이 무엇인가요?” “공영방송 000의 가짜뉴스를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그럼 저 영상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사실 아닌가요?” “사실 관계는 차후 밝혀질 거고, 발표자들은 중립적이고 공정하다고 제시한 건가요?” “...”

정보 윤리를 다룰 땐 늘 정보 리터러시(정보 수집과 해석 그리고 활용 능력)’를 강조한다. 무궁무진하게 생산되는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석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비판적이지 못한 정보 선택은 곧바로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거나 범죄로 이어진다.

더구나 청소년기에는 그런 자극적인 정보에 쉽게 현혹될 여지가 많다. 비판적 사실이나 진실에 대한 접근 없이 왜곡과 혐오가 공유된다. 이런 왜곡과 혐오는 확대 재생산되며 파급력이 증폭된다. 수업 중 이뤄지는 주의 촉구 정도 수준의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으론 그야말로 택도 없다.’ 종종 정보 해석을 두고 학생들과 논쟁을 벌이는데, 설득이 쉽지 않다. 이 질풍노도의 청춘들은 진실을 향한 길 보다는 자극적 질주에 우선한다. ‘윤리는 성찰적 실천이라는 방어선을 쳐보지만 그들은 쉽게 방어선을 우회한다. 이들을 유혹하는 자극은 이미 이깟 윤리 쯤이야비웃는 듯하다.

악마들에게 경고한다. “정의와 윤리의 칼로 너희를 징치하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의와 윤리는 선비처럼 유약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정의나 윤리가 밥 멕여줘?” 더구나 안타깝게도 정의와 윤리는 이득에 완고하다. 자꾸만 돌아보고 성찰한다. 온정적이고 느리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악마는 돌아보거나 온정적이지 않다. 거침없이 질주 한다. 작은 이득만 보여도 인정사정없다.

그런 무지막지했던 악마는 중세의 멸망과 더불어 깊이 숨는 듯 했다. 잠시나마 르네상스에는 인간의 선함을 찾고자 시도한 적도 있다. 신과 대적하는 무모함을 보이기까지 했었다. 그러던 노력이 단칼이 꺾인 게 산업혁명이라면 부정하겠는가? 이 시기를 거치며 인간은 다시 악마의 지배에 들고 말았다.

그 악마는 자본이라는 형상을 하고 자본주의라는 망토를 걸친다. 중세의 흡혈귀 패션을 걸친 자본은 무자비하다. 정의와 윤리는 여전히 저항하지만 여전히 유약하다. 1879년에 어쩐 일로 이 악마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코피를 흘리게 한 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자본을 더 교활하게 학습시켰고 혐오의 비늘을 장착하게 하였다. 이 혐오는 이제 나약한 시민 대중에게 흘러들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제 어쩔 것인가? 우리는 여전히 저항하고 고민할 테다. 오직 우리의 의지만으로,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고. 그러나 정치여, 너희에겐 책임이 아니라 의무임을 상기하라. 만약 계속하여 자본과만 붙어산다면 그 자리는 온전치 못하리라. 지금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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