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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도 영역을 지킨다
장영주  |  교육학 박사 /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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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9  15: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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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여신 중 삼승할망이 있다. 삼승할망은 아이를 점지하고 기르는 역할을 하는 삼신할머니의 제줏말이다(삼승할망과 삼신할망은 같은 말이다).

인간이 잉태되고 출산하여 갓 성인이 되기까지(청소년기) 소관 업무를 보며 혹여 아이가 배가 아프면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며 배를 쓸어 주면 신기하게도 아픈 곳이 낫게 되니 생명탄생에서 자람까지 과정에서 아름다운 미덕을 이 삼승할망에게서 배우곤 한다.

탐라여신 중 저싱할망이 있다. 저싱할망은 어렸을 때 죽은 아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저승할망의 제줏말이다(저싱할망과 저승할망은 같은 말이다).

아이가 아프면 저승할망에게 음식상을 차려 올린다한다. 저승할망은 누구에게도 기가 죽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심술쟁이 노파 같지만 어떤 일에도 물러서지 않는 옹골참이 배어 있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신으로 자리매김한다.

'옥황상제는 동해용궁의 딸과 명진국의 딸을 불러 꽃가꾸기 경합(시험)을 벌였는데 경합에서 이긴 명진국의 딸이 삼승할망이 되었다. 이 삼승할망은 한 손에는 번성 꽃을, 한 손에는 환생 꽃을 쥐고 앉아 천 리를 보고, 서서 만 리를 보며 하루 만 명씩 아기를 잉태시키고 해산시키는 신이다. 마흔이 넘은 동해 용왕과 서해 용왕 따님 사이에서 태어난 저승할망은 온갖 말썽을 피웠다. 이에 동해 용왕은 딸을 죽이려 하지만 서해용왕 따님은 무쇠 석함에 넣어 버리자고 하여 간신히 목숨을 건진 후 인간 세상에 생불할망이 되려하지만 그만 해산하는 방법을 몰라 저승에서 죽은 아이의 영혼을 차지하는 저승할망이 되었다.’

참 세상 희한한 게 있다. 옥황상제는 똑 같은 질문(시험문제)을 한다. 그런데 두 여신의 대답은 달라도 그렇게 다를 수 없다. 꼭 세상사 야와 여, 진보와 보수가 하는 거리와 넘넘 닮았다. 덧붙여 이들의 놀음에 남과 북, 남자와 여자, 동과 서, 노와 소, 태극기와 비태극기, 호남과 영남이 혹여 저 먼 나라 누구랑 닮아가려 아우성치는 건 아닌지.

위 두 여신은 옥황상제의 시험에서 삼승할망은 할 말만 하는 고집스런 지혜로 일을 처리하지만 저승할망은 말이 많고 아집이 세다 보니 실수가 있어 경합에서 져 상반된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상반된 생을 살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해 하지 않는다. 삼승할망은 자식 점지에만, 저승할망은 죽은 이를 데려가는 일에만 몰두한다.

오랜 옛적, 하늘엔 태양이 두 개 달이 두 개가 떠 있었다. 그러니 낮에는 너무 더워 한여름만 이어지고 밤에는 너무 밝아 한낮만 이어지니 세상은 어떻게 되겠는가?

대별왕이 나타나 해를 하나, 소별왕이 나타나 달을 하나 활로 쏘아 떨어트리니 세상이 이치대로 잘 돌아 가더라는 설화를 지금 이 세상에 견주어 보면 어떨까?

막말에 막말, 죽을 쌍을 하며 입에 거품 물며 대드는 꼴이 어쩜 이렇게 세상 각박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렇게 막말을 하고 싶으면 저 먼 무인도에 혼자 가서 실컷 하든지.

신들에게도 지켜지는 영역이 있듯 이제 우리에게도 지켜져 할 말의 영역을 만들면 어떨까?

제주 설화에는 이런 원형의 근간이 되는 많은 여신들이 등장하며, 그 역할이나 기능도 매우 중요하게 관념화되고 있다. 그들 나름대로 규칙과 질서라는 원 안에 그들 나름대로의 영역은 그들 스스로가 지켜 갔다. 그 영역은 자율적인 능력, 독립성, 객관성, 능동성이라는 선에 대한 원칙을 세워 미움과 증오와 복수라는 절망들은 녹여내는 용광로 이었음이니 이제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면 막말을 하더라도 설화에서 숨겨진 은유적 품위를 가지고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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