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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는 제주도의 단면
김인중  |  제주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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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0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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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이호태우해수욕장을 갔다. 시내에서 가까워 가족끼리, 지인들과 함께 종종 바다를 보며 캠핑도 하고 바베큐도 즐기던 야영장이 폐쇄되고 경고 현수막이 이곳 저곳에 걸려있다. 장기간 쳐져 있던 텐트 몇동이 무너져 있기도 했다. ‘국유지 내에서 야영금지(취사, 쓰레기 투기 등)’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그리고 그 건너편에서 바베큐를 즐기고, 텐트가 세워져있는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함덕해수욕장 야영장도, 용두암레포츠공원도 취사금지로 바뀌었고, 김녕해수욕장 야영장은 유료화되었다. 바베큐나 장기간 설치되어 있는 텐트, 볼쌍사나운 텐트족 등으로 인해 올레길을 걷는,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나 도민에게 불쾌감을 주어서 폐쇄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민으로서 제주도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한 가지가 사라졌다.

실험에 필요해 쌀겨(미강)을 구하기 위해 예전에 여러번 방문했던 미곡처리장에 포대를 들고 방문했다. 그러나 담당자로부터 올해부터 소량판매는 하지 않고, 대량판매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전문제로 제주도청에서 팔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발길을 돌려 여러 군데의 정미소나 방앗간, 미곡처리장에 전화를 해보고 방문해보지만 대부분 사라졌고, 전화도 받지를 않는다. 앞으로 쌀겨를 가지고 실험하려면 타시도에서 구입해서 택배로 보내달라고 지인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부분 정책은 문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은, 일부 민원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금지하도록 하는 정책을 많이 펼친다. 금지하거나 없애면 원칙적으로 문제는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진다. 그러면 이러한 정책이 좋은 정책인가?

미국에 살면서 놀라웠던 사실은 국립공원 정책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시행한 국가로서 제1호 국립공원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뿐만아니라 내가 가본 모든 국립공원에는 캠핑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유료이긴 했지만, 국립공원 내·외곽 구분없이 여러 개의 캠핑장이 있어 사전예약도 되고, 국립공원 연간 회원권이 있으면 할인도 되어 하룻밤에 10달러도 안되는 비용을 지불하고 캠핑을 할 수 있었다. 대부분 캠핑장에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화장실과 물은 이용할 수 있었다.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분으로 자연 속에서 캠핑할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내에는 캠핑장이 없다. 유일하게 한라산 국립공원 내의 관음사 야영장이 유일한 캠핑장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우리나라 중 어느 국가의 국립공원이 잘 보존되어 있는가? 미국을 보면서 자연은 보호도 하지만, 이를 사람이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 놀라웠다. 미국에서는 관리자가 없을지라도 자율적으로 10시 이후에는 고성방가가 없고, 자연 속에서 그 아름다움과 평안을 누리는, 주위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캠핑문화가 있다. 벌금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러한 규칙에서 벗어난 경우를 거의 보질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0시가 아닌 새벽까지도 고성방가에, 술취한 모습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 10시 이후에 조용히 해달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 아니 무섭다.

어느 정책을 펼 때 나쁜 단면을 보고 금지하는 정책으로 가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미곡처리장에서 쌀겨를 가져갈 때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면, 안전한 장소를 만들어 놓고 소량판매를 할 수도 있다. 야영장 문화의 문제가 있다면 그러한 문화를 고쳐 나가고, 규칙에 맞지 않도록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출입금지나 단속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제주도민이든 관광객이든 누구나 캠핑을 포함해서 자연을 향유하는 문화시민의 모습을 갖추어 가야하는 것이 필요하다. 폐쇄나 금지가 아닌 제주도민의 복지차원에서도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관광정책도 중요하지만 제주도민의 삶의 질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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