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일부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어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주민들이 납부한 지방세로 마련된 예산을 주민들이 직접 필요한 사업에 배정해 사용하도록 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예산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전문위원실은 지난해 주민참여예산 지출 내역 등을 분석해 읍·면·동장이 임의로 사업을 선정해 예산을 사용한 사례를 확인해 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주민참여예산 2억1416만원을 동장이 마음대로 테마거리 조성 등에 사용했으며, 사무실 환경정비에 4016만원의 주민참여예산을 부당 사용한 주민센터와 역시 같은 예산 7805만원을 분수대 설치에 사용한 주민센터도 있다. 모두 주민참여예산을 목적과 달리 주민센터가 멋대로 지출했다.

　제주도는 도의회의 요구대로 모든 주민참여예산 집행 실태를 전수조사해 목적 외 사용 또는 주민과 협의 없이 동장이 임의로 예산을 집행한 위반 사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들이 직접 민주주의의를 체험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주민센터가 주민참여예산의 취지에 반해 예산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 직권남용임이 확인되면 마땅히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

　주민들에게 참여예산에 적합한 사업을 선정해 집행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조기에 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공무원들이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또는 주민을 따돌리고 제멋대로 주민 참여예산을 사용하는 반칙이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 제주도는 읍·면·동에 주민참여예산을 배정만 하고 할 일을 다했다고 할 게 아니라 실제 집행 내역까지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