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생활&법률
땅따먹기와 점유취득시효
문건협  |  법무법인 산운 대표변호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6.27  17:48:4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누구든 법원에서 보내온 소장을 받는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그 소장의 내용이 내 땅을 조금 가져가겠다는 것이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제주의 부동산 가격이 최근까지도 크게 상승하여 요즘에는 과수원, 임야 등의 가격도 상당하다. 이제 땅은 지목을 불문하고 한 평이 소중한 재산이 되었다. 그런데 내가 오랫동안 내 땅으로 알고 관리해온 땅이 내 것이 아니었다면? 혹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막상 그 땅을 찾아가보니 엉뚱한 사람이 그 토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항상 그 자리에 놓여있었던 우리 집 돌담이 알고 보니 이웃집 토지를 침범하고 있었다면? 토지에는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아 주인을 정하기 어렵고, 이렇다보니 현재 제주지방법원에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소송은 셀 수 없이 많다.

 

민법에서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에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권리를 주고 있다. ‘점유취득시효라는 제도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땅따먹기정도의 이해할 수 없는 제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합리적인 제도이다. 여러 가지 경우 중 일례를 들면 이러하다. 우리나라의 현행 민법이 시행된 이후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등기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여, 땅을 사고 돈을 지불했음에도 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가 흔히 있었다. 그렇게 돈을 주고 산 땅을 현재까지 수십 년간 사용해 왔다면, 그 땅을 산 사람에게 소유권을 주는 것이 지극히 타당하지 않겠는가. 즉 점유취득시효라는 제도는 무단으로 다른 사람의 토지를 침범한 자에게 그 땅을 취득시켜주는 제도가 아니고, 땅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경우에만 토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의 시작인 토지거래가 아주 오래전 일이라는 점이다. 토지를 매수하신 부모님마저 돌아가신 경우라면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토지를 사고팔았던 당사자끼리는 그 거래 내용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모두 사망하고 타지에서 자란 자식들만 고향에 돌아왔는데 토지의 사용 현황이 등기부와 맞지 않는 경우, 등기부에 이름이 올려져 있는 사람과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 모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재판을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고, 재판에서는 남아있는 계약서, 과거에 촬영된 항공사진, 문제되는 토지 근처에서 오래 거주하신 마을 분들의 증언 등이 증거가 된다. 이런 소송에서 변호사는 정치한 법리를 주장하는 것 외에도 현재 남아있는 증거를 낱낱이 모아 알아보기 쉽게 정리하는 일까지 해내야 한다.

 

법원 판결로 결론이 내려진 뒤에도 당사자가 승복하기 어려운 것이 점유취득시효 소송이다. 오래된 일에 증거가 충분할 리 없으니 땅을 사서 사용해왔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패소한 경우 우리 아버지가 제값을 치르고 산 땅을 증거부족으로 이렇게 뺏겼구나’, 등기부에 소유자로 이름이 올려져 있던 사람이 패소한 경우 우리 땅을 불법적으로 침범한 자가 거짓 주장으로 땅을 뺏어갔구나라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일부승소일부패소가 없고, 오직 원고 승또는 원고 패의 결론을 내야하는 법원 재판부도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묵혀둔 토지문제를 지금이라도 정리하는 수밖에.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2월 12일  |  대표이사/발행인 : 부임춘
편집인 : 송정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부임춘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