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길거리서 찢겨 죽어도, 틀린 길을 가진 않아
현진숙 장편소설 ‘나혜석’ (열림문화, 260쪽, 1만2000원)

▲ 현진숙 작 '나혜석'

“살다보면 크고 작은 함정들이 지뢰처럼 곳곳에 도사려있곤 하죠. 이 함정들로부터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성들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야만 해요. 여자는 모름지기 좋은 의복, 맛나는 음식을 절약하여 은행에 저축을 해두어야만 해요. 경제적 독립이 이뤄져야 남성들에게서도 독립할 수 있어요.” (현진숙 작 ‘나혜석’ 中)

여성의 노동문제, 정조문제, 투표문제 등 당시 사회문제로 거론되던 여성과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경제적 자립을 주장한 나혜석(1896~1949)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학가, 근대 신여성의 효시 등 화려한 수식어들이 곁에 자리한다. 그러나 나혜석은 이 수식어들이 무색할만큼 ‘탕녀’라는 낙인이 찍힌 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비운의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1980년대로 접어들며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 해방의식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그의 주장과 사상들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나혜석이 시대에 맞서 투쟁한 선각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술계에서는 나혜석에 대한 연구와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 곳곳에서는 그녀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예술제, 미술대전, 나혜석거리 조성, 문화인물 선정, 추모 음악제 개최 등 다양한 행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나혜석을 소재로 책을 쓴 저자는 “그녀에게서 헤어날 수 없었던 건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이니, 최초의 여성운동가이니, 최초의 세계일주이니, 최초의 여자유학생이니 하는 화려한 경력이 아니고 예술의 천재성도 아니었다. 그녀의 투철한 민족혼, 예술혼, 신념으로 점철된 삶, 자신의 말과 언어로 세상과 맞섰다는 것, 바로 이러한 사실들이 나를 강하게 끌어 당겼다”고 고백했다.

또 “시대의 격변에 휘말린 한 여성의 생애를 조명한다는 건 지난하고도 지난한 일이었다”며 “그녀의 생애를 재현함에 있어서 예술세계와 작품보다는 내면의 움직임,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추며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전개해 나갔다”고 말했다.

#정리를 통해 원하는 삶을 일구다
야마시코 히데코 ‘다시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망고나무, 228쪽, 1만2800원)

▲ 야마시코 히데코 작 ‘다시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해마다 수많은 물건들이 개발되고 그만큼의 정보도, 생각도 넘쳐나는 시대다. 이러한 어지러운 흐름에 우리의 일상은 혼란 속으로 휘말리기 일쑤다. ‘정리해야지’ 생각하다가도 막상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리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저자는 책을 통해 삶을 어지럽게 만드는 물건과 생각을 깨끗이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기술을 알려준다. 집안에 넘쳐나는 물건을 찾아 나와 물건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현재 내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 부담과 불쾌함을 주는 물건들을 과감히 없애라고 조언한다.

일상을 천천히 둘러보고 공간을 비우다보면 어느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지 등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면서도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저자는 “마음이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마음을 변화시킨다”고 강조한다.

#여름밤, 나의 아름다운 도시, 어쩌면 너 때문에
박상영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창비, 344쪽, 1만5000원)

▲ 박상영 작 ‘대도시의 사랑법’ .

“홀로 먼지 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손에 뭔가 닿은 것처럼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감히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박상영 작 ‘대도시의 사랑법’ 작가의 말 中)

2016년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로 등단한 박상영 작가가 11개월 만에 두 번째 소설집을 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표제작 ‘대도시의 사랑법’을 비롯해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재희’, ‘늙은 우기의 바캉스’ 등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책에 수록된 작품 모두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욕망에 충실한 여성과 동성애자인 남성의 우정, ‘게이’라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가둔 엄마를 간병하며 띠동갑 형을 만나는 주인공, 에이즈에 감염된 연인과의 이야기 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관해 보여준다.

#비움과 여유가 넘치는 북유럽
홍민정 ‘북유럽 인문 산책’ (미래의창, 296쪽, 1만6000원)

▲ 홍민정 작 ‘북유럽 인문 산책’.

4년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올해 초 한국으로 돌아온 저자가 그간의 경험을 책을 통해 펼쳐 놓는다. 책에서는 직접 보고 느낀 북유럽만의 매력을 저자가 가진 다양한 인문학 지식과 함께 마치 여행담을 풀어 놓는 듯 소개한다.

국가와 도시에 따라 각기 다른 특색을 보여주면서도 색다른 여행지에 다녀온 소감도 함께 담았다. 책은 여행자의 시선에서 명소를 둘러본 것에 그친 게 아닌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 일상에서의 생활 방식 등을 풀어내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한눈에 보이는 스웨덴의 골목길과 안데르센·키르케고르의 삶이 녹아있는 덴마크, 바이킹의 도전정신을 품고 있는 노르웨이, 북유럽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는 핀란드, 대자연의 숨결이 가득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의 역사를 조근조근 설명하고 있다. 여행자이자 사회 구성원이였던 저자가 바라보는 북유럽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매일 앉는 의자, 언제 누가 발명한 걸까?
니시카와 타카아키 ‘명작 의자 유래 사전’ (한스미디어, 332쪽, 2만5000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중 하나가 바로 ‘의자’다. 인간은 일어서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의자는 발명됐을거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의자는 언제부터 발명됐을까.

오랜 시간 의자를 연구해 온 저자는 고대와 중세 귀족용 의자부터 현대 명장들이 디자인한 의자까지 총 정리한 책을 펴냈다. ‘도구’로서의 기능과 권위를 상징하는 역할이던 의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중세 유럽,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치펀데일, 셰이커, 토넷, 미술 공예 운동, 아르 누보, 데 스타일, 바우하우스, 북유럽 모던, 아메리칸 모던 등을 거치며 현대의 모습을 갖춘다.

책에서는 시대·국가별 주요 명작 의자의 디자인적인 특징과 용도별로 분류한 의자들의 연대표 등을 수록해 의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소개한다. 또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의자 350점도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왜 우리는 늘 피곤할까?
와다 겐타로 ‘피곤한 몸 살리기 - 나는 왜 항시 피로할까?’ (청홍, 216쪽, 1만3500원)

왜 우리는 늘 피로할까? 현대 사회는 피로감에 휩싸이기 쉬운 세상이다. 피로한 세상 속에서 저자는 매일같이 느껴지는 피로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이 왜 피로를 느끼는지, 왜 피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피로를 느낄 때 그 피로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식사, 운동 등의 생활습관과 심리적 접근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 산소가 스트레스나 자외선, 식사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해 활성 산소가 되면 산화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피로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또 지나치게 많은 정보, 과도한 스트레스 역시 뇌의 피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꼬집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피로와 공존하는 동시에 잘 통제해야만 병에도 쉽게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은 식생활에 관련한 한의학적 지식도 함께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