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돝오름의 풍경
부진섭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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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0  17: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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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오름이다. 제주 지역 사방에 분포하고 있지만 같은 모습은 없다. 완만한 것 경사진 것, 높은 것 낮은 것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 오름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내 유년시절까지 제주는 농경사회였다. 소와 말을 키우는 집이 많았다. 밭을 갈아야 하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동물이었다. 황소는 암소에 비해 2~3배 넓이의 밭을 갈기에 한 마리만 팔아도 큰 밭 2개를 사도 남을 정도로 가치가 높았다.

 봄부터 가을까지 공동 목장인 오름에 동네 소들을 올리면 소들이 돋아나는 풀을 먹는다. 사람과 짐승이 함께 사용한 오름은 선조 때부터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공간이었으리라.

 오름의 원형을 살려서 이름을 지었을까. 몇 년 전이다. 풍만한 모습에 도톰한 돼지머리 형태가 나타나고 멧돼지가 살아서 돝오름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향했다. 올라가면서 돼지 형상을 찾는 회원에게 제주문학 오름 동아리 회장이 설명한다. 이젠 그 형상은 찾을 수 없지만 자세히 보면 뱀의 형상이 보인다며 찾아보라고 한다. 뱀은 긴 동물이기에 직선으로 다니지 못한다. 방해물이 나타나면 구불구불 전신을 돌리면서 기어간다. 어디쯤에 그 형상이 있을까. 주위를 살피며 능선을 한 바퀴 돌고 제일 높은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까지 올라간 길을 내려다보았다. 입구에서부터 산허리를 돌며 거친 초지와 나무사이를 이리저리 피하고 올라간 길이 뱀의 형상이라고 누군가 먼저 외친다. 뱀의 형상을 확인하다 보니 방향을 찾아 고개를 쳐든 어마어마한 큰 뱀의 머리위에 내가 서 있었다.

 산업화로 인해 기계를 사용하면서 척박한 산간지역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밭을 갈던 황소는 고기값으로 팔려나갔다. 미리 팔았다면 하고 아쉬워한 적이 있다. 전문적으로 소와 말을 키우는 대형 목장이 늘어나면서 개인적으로 한두 마리 키우는 집은 사라져갔다. 소 대신 기계로 밭을 갈아서 씨앗을 뿌렸다.

 목장이던 오름과 들에는 소나무와 삼나무를 심었다. 사료로 소를 키우면서 초지는 쓸모없이 웃자라고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삶이 초지를 웃자라게 하면서 본래의 오름 형상이 사라져 간다.

 사십여 년 동안 엄청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이 사라져가는 현실이다.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던 시대와는 달리 인간이 자연에 일방적으로 의지하고 마음을 치유하려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돝오름은 무엇이든지 뛰어 넘으려는 기상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다랑쉬 오름이 가로 막아서 기상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단다. 사람은 대부분 마음껏 펼치려 하지만 세상은 만만하지가 않다. 삶의 애환에서 찾아낸 뱀의 형상일까. 시대에 따라 또 다른 이야기가 생성되는 무한한 에너지가 내제된 오름이기에 사람들은 때때로 상징으로 삼고 살아가는지 모른다.

 묵묵히 한 자리에서 자기 살을 내어주고 온갖 생명들에게 양분을 나눠주고 있는 오름이다. 제주 사람들도 오름의 정기를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다양한 자연과 사람들을 무한정 받아들이는 대상이 세상에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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