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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상(歪像)에 숨겨진 진실은...
양경식  |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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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1  18: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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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식 교수

 넬슨 제독의 승전 기념탑이 우뚝 솟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는 대영박물관과 더불어 영국의 자부심인 내셔널 갤러리가 있다. 1824년 설립된 내셔널 갤러리의 많은 소장품 중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르네상스 시기에 제작된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이라는 독특한 작품이다. 왼쪽 인물은 런던 주재 프랑스 대사인 장 드 댕트빌, 오른쪽은 교황청의 외교관인 주교 조르주 드 셀브이며, 교황청 외교관이 댕트빌을 방문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당대의 위대한 화가인 한스 홀바인에게 주문 제작해 완성된 그림이다.

 그림에는 다양한 상징들이 등장한다. 두 인물의 중앙에 위치한 선반 상단에는 대항해 시대를 말하듯 천구의, 해시계 등 항해술이나 천문학에 필요한 발명품들이 놓여 있다. 선반 하단에는 지식을 상징하는 삼각자, 컴퍼스, 지구의 그리고 삶의 쾌락에 관계하는 악기 류트(기타의 전신)와 피리가 놓여 있다. 류트는 어감상 루터와 종교개혁이 연상되는 상징이며 류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현 하나가 끊어진 상태다. 당시 영국 왕 헨리 8세는 캐서린과 이혼하고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하여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독립하여 성공회를 국교로 삼는다. 댕트빌이 영국에 파견된 이유가 바로 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끊어진 류트의 현으로 미루어 그의 임무가 실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스 홀바인 / 대사들 / 1533/ 런던, 내셔널 갤러리 / 필자 촬영

두 인물의 발끝에는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길게 허공에 떠 있다. 갤러리의 관람자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불쾌한 이 형태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그림과 사선으로 비켜선 후 바닥면 가까이에서 머리를 흔들거리며 최적의 각도를 찾는 노력을 한다. 필자 역시 이들처럼 다양한 몸 쓰기를 반복했었다. 이 기이한 형태의 정체는 바로 인간의 두개골이다. 극단적으로 길게 왜곡된 상이기에 그림 정면에서는 절대 형태를 파악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명확한 홀바인의 표현 중 이질적인 단 하나의 모호함이며, 그림 쪽으로 바짝 접근한 후 오른쪽 아래 사선에서 최적의 시야각을 찾는 순간에야 명확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두개골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한스 홀바인 / 대사들 / 1533/ 런던, 내셔널 갤러리 / 필자 촬영

 왜상의 두개골은 우리를 직시하며 말을 건넨다. “세속의 부와 명예는 죽음 앞에서 헛된 것이다. 항상 죽음을 기억하라...” 이처럼 과학의 발전과 발견의 시대 그리고 세속적 부와 신분을 상징하는 대사들에서 홀바인은 두개골이라는 왜상을 통해 역설적으로 항상 죽음을 상기하며, 너 자신을 돌아보라는 삶의 교훈을 보냈던 것이다.

   

한스 홀바인 / 대사들 / 1533/ 런던, 내셔널 갤러리 /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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