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군조직의 기강을 문제삼을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쳤다. 남북의 화해분위기는 미래에 양국이 지향하고 자 하는 수렴지점일 뿐이지 현재의 국군의 기강해이를 합리화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레이더망이 감지하지 못한 채 민간항구에 북한의 목선을 타고 귀순한 사실보다, 그러한 사안을 덮기 위해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던 데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국방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관련자들은 그 책임을 물어 옷을 벗어야 했다.

　이번에는 한 부대에서 야간에 거동수상자가 발생하자 이를 색출하기 위해 상급자가 무고한 병사를 허위자수시켜 사안을 은폐하고 축소하려다가 세상에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허위자수사실이 밝혀진 이후, 실제 거동수상자가 자수했다고 일단락됐지만 이번 자수병사가 또한 허위자수일 수도 있다는 불신감만 팽배해졌다. 국군경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보다 조직적으로 경계실패를 축소·은폐하고,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날조하면서 과오를 덮으려는 괴이한 조직적 움직임에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선 분노가 치민다. 최근 경계문제로 불거진 군의 기강문제가 회복도 되기 전에 거동수상자에 관한 문제가 군상부에까지 보고되지 않았다니 군 조직내의 사건처리과정에 의혹과 불신만 쌓인다. 거동수상자로 인해 허위자수까지 권유하는데, 더욱 큰 경계상의 실책을 덮기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를 축소·은폐할 것이라는 것은 전혀 억측이 아니다. 경계실패보다 더 신뢰하지 못할 근본원인이 현 국군의 자승자박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