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훼손해도 안 되지만 복원 과정에서 훼손돼서도 안 된다. 제주시가 추진 중인 한경면 용수리 당산봉 일대 경사지 붕괴 위험지역 정비사업이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체 면적 8137㎡ 가운데 보전관리지역이 5000㎡ 이상 포함돼 있어 반드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정비구간에는 절대보전지역이 40%나 포함돼 있는데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는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지적이 맞다면 제주시는 되레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 더구나 붕괴위험지역 D등급을 받은 지역 중 약 4157㎡만 편입한 사업 추진이 소규모 환경평향평가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서였다면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민간사업자면 모를까, 환경훼손 행위를 단속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당국이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 또는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시행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미리 조사해 환경보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도는 당산봉 일대 토석 낙하 방지 등을 위한 정비사업을 관련 법규를 위반해 시행한 제주시에 대해 마땅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행정시가 환경을 훼손하면 환경보전 정책은 설자리를 잃고 만다. 당국이 환경을 훼손하는데 누가 이를 지키겠는가. 제주도는 철저한 규정 위반 조사를 통해 관련 부서에 대한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