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실시하는 대규모 사업장 행정사무조사는 부실공사의 원인과 인허가 과정의 특혜 여부를 규명하는 조사여서 도민적 관심이 지대하다. 도의회는 지난해 11월 1일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앞서 9월 21일 이 요구안을 부결 처리했다가 도민들의 이어지는 비난에 깜짝 놀라 다시 표결에 붙여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요구안은 당초 도의회가 부결시킬 정도로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사업자의 부실시공과 제주도의 특혜 의혹이 드러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섣불리 건드리기가 곤란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민들은 슬쩍 눈감고 넘어가려는 도의회의 속셈을 간과하지 않았다. 도민의 힘(여론)으로 50만㎡ 이상 대규모 개발사업장 22곳에 대한 행정사무조사가 이뤄지게 된 것은 다행이나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지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렵다.

　도의회 행정사무조사는 특위의 치밀한 조사와 함께 전·현직 도지사, 관련 고위공무원 및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사실대로 증언해야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증인인 원희룡 지사와 우근민·김태환 전 지사 및 문대림 JDC 이사장 등은 지난달 27일 첫 증인 신문조사에 불출석한 데 이어 연기 일정인 어제(15일)도 출석할 수 없다고 사유서를 제출했다. 다음 달 9일로 증인 출석 일정을 두차례 연기했지만 또다시 어떤 이유를 들어 불출석할 지 모른다.

　더구나 건강상 이유로 전직 지사들을 증인에서 제외하겠다는 특위의 입장은 시안의 중대성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도민 정서에 어긋난다. 전직 지사들과 전 JDC 이사장을 참석시키지 않은 증언은 통과의례 또는 면죄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두 증언을 회피할 생각을 하지 말고 반드시 출석해 증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 두고 인허가 잘못과 부실시공 원인 제공 또는 이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