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우리는 괜찮은 사람일 수 있을까요?

▲ 홍화정 ‘쉬운 일은 아니지만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홍화정 에세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휴머니스트, 240쪽, 1만3500원)
공감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돈에 솔직한 사람, 여행을 잘하는 사람보다 일상을 잘 사는 사람, 잘하려는 욕심 대신 적당히 잘하는 법을 아는 사람,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괜찮은 사람. 책을 쓴 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지난 4년간 자신의 일과 일상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바탕으로 최근 두 번째 에세이집을 펴냈다. 저자는 평소 가지고 다니는 메모장에 순간의 생각과 마음을 수집한다. 그렇게 10년이 흐르는 시간동안 그림일기를 꾸준히 써왔다. 이를 통해 자칫 놓치기 쉬운 일상 속 감정과 느낌들을 한데 모아놓는다.

저자의 오랜 그림일기와 함께 켜켜이 쌓인 삶에 대한 고민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길에 놓인 수많은 장애물을 하나씩 통과하는 과정을 일상 속 에피소드들로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와 함께 ‘쉬운 일은 아니지만’이라는 말을 전제함에도 결국 자기 자신이 직접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책을 통해 저자는 상실과 외로움 등 쉽게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자신의 일상으로 전달하면서 그로부터 비롯된 부정적인 마음이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또 일상 속에서 자신이 지키는 루틴(routine), 이를 테면 따로 시간을 내서 혼자 카페에 앉아 책 속의 좋은 구절 등을 적는다거나 매일 환경이 바뀌는 일정에서도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쓰는 습관들을 넌지시 소개한다.

저자는 여행을 하며 거대한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 펼쳐진, 바로 눈앞의 한 장면에 감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전한다. 골목에서 마주치는 풍경, 그림자의 윤곽, 오후의 선홍색 볕 등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동시에 꼭 보이지 않아도 자신만의 리듬대로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들이 멋지다고 말한다.

책은 그저 흘러가는 일상을 보내지 않고 꾸준히 기록한 일상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를 주고 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책이다. 책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체는 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해군기지 논쟁으로 바라본 제주
양길현 ‘제주 특별자치와 평화의 섬’ (도서출판 오름, 388쪽, 1만9000원)

▲ 양길현 ‘제주 특별자치와 평화의 섬’.

저자는 2000년대 초반 ‘국제자유도시’와 ‘세계평화의 섬’, ‘특별자치도’가 된 제주를 두고 20여 년간 제주사회의 미래를 ‘풀뿌리’와 ‘미래’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다. 책은 총 11장의 주제로 대부분 토론회에서 발표하거나 학술지에 수록된 논문들로 구성됐다.

책에서는 주로 2009년 이후 연구 결과물로 당시 사회의 문제의식과 담론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주제를 살펴보면 특별자치도, 선거, 해군기지 논쟁 등 지난 제주사회에서 논란이 된 사안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잇는 토대로서 풀뿌리 시각과 정서, 그리고 희원(希願)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이를 토대로 제주의 미래를 찾아나서는 긴 여정에서 특별자치와 평화의 섬을 재조명하고 재발견하려는 학술적 노력의 하나”라고 밝혔다. 또 여전히 제주가 겪고 있는 문제들과 생태, 평화 등 환경 관련 문제들을 신자유주의 속 생존논리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가치관 혼란에 직면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
강준 소설 ‘오이디푸스의 독백’ (문학나무, 260쪽, 1만2000원)

▲ 강준 ‘오이디푸스의 독백’.

“시대의 화두를 담아내야 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요, 본분이다.”
소설 ‘오이디푸스의 독백’을 최근 펴낸 강준 작가가 한 말이다. 작가는 권위주의 시대 이후의 자화상을 ‘타자의 얼굴’, ‘오이디푸스의 독백’, ‘자서전 써주는 여자’, ‘틈입자’, ‘일그러진 만년필’, ‘그늘진 사랑’,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느티나무 꽃’ 등 8편의 단편소설로 완성해 펴냈다.

소설 ‘오이디푸스의 독백’은 편마다 세태의 아픈 현실을 직시하려는 작가의 시선이 녹아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7080세대라 불리며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을 겪고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 자식 세대와 갈등을 겪는 시대라고 말한다.

책에서는 권위주의와 평등, 집단의식과 개인주의가 팽팽히 맞서는 현실 속 이야기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불신과 불화, 불통이 인간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세태에서 화해와 사랑의 가치를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낯설기만 했던 클래식 음악이 한눈에
라이언 엔드리스 ‘클래식 아는 척하기 - 딱 한 권으로 끝내는 클래식 절대지식’ (팬덤북스, 228쪽, 1만4000원)

▲ 라이언 엔드리스 ‘클래식 아는 척하기 - 딱 한 권으로 끝내는 클래식 절대지식’.

가까운 시일에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간다면 이 책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것저것’을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이들은 많아도 정작 그의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알고보면 클래식의 역사는 인류의 문명만큼이나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세기동안 예술과 대중문화 속에 클래식은 단골로 등장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낯설고 어려운 음악 장르로 느낀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알고 보면 클래식도 어렵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당시 고전음악을 비롯해 중세시대 종교음악, 르네상스 기악음악, 바로크 실내악, 낭만주의 오케스트라, 20세기 전위음악 등을 미국 콜게이트대학 음악 조교수로 일하면서 쌓인 내공으로 풀어놓는다.

이와 함께 알면 알수록 도움되는 클래식 용어 사전을 수록했다. 저자는 “당신이 책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더 잘 이해하고 즐기게끔 하기 위해 작곡가와 음악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전한다.

#삶을 관통했던 감정들을 마주하다
김건종 저 ‘마음의 여섯 얼굴 - 우울, 불안, 분노, 중독, 광기 그리고 사랑에 관하여’ (에이도스, 248쪽, 1만6000원)

▲ 김건종 ‘마음의 여섯 얼굴 - 우울, 불안, 분노, 중독, 광기 그리고 사랑에 관하여’.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자 당신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오랜 시간동안 정신과 의사로 일해온 저자가 인간이 느끼는 여섯가지 감정을 주제로 쓴 책이다. 저자가 주목한 감정은 우울, 불안, 분노, 중독, 광기, 사랑이다. 앞서 언급한 감정들은 과할 경우 사회는 반기지 않는다. 저자는 일을 하며 자신의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과 나눈 여러 이야기들과 함께 자기 자신의 삶에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연결해 들려준다.

무엇보다 저자의 직업인 의사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한 인간’으로서 겪어온 기억과 경험, 그로부터 비롯된 내밀한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고단한 삶을 살아오며 직접 겪어온 삶의 궤적들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읽기 어려운 학술도서보다 설득력있게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을 해석한다. 인간의 감정과 마음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선, 솔직하게 털어놓기 힘든 감정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할머니가 만든 스튜에는 ‘사랑’이
오게 모라 저 ‘할머니의 식탁’ (위즈덤하우스, 32쪽, 1만3000원)

▲ 오게 모라 ‘할머니의 식탁’.

책에서는 주인공 오무 할머니가 맛있는 저녁 상차림을 하기 위해 걸쭉한 스튜를 끓인다. 할머니가 끓이는 스튜의 맛있는 냄새가 점점 밖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스튜 냄새에 동네 꼬마는 물론이고 경찰관, 핫도그 장수, 택시 운전사, 의사 등 마을의 이웃들이 하나둘씩 할머니의 집 문을 두드린다.

할머니는 찾아온 이웃들에게 한 국자씩 스튜를 퍼 준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자 할머니는 자신의 몫을 먹기 위해 스튜를 끓인 냄비 뚜껑을 연다. 그러나 텅 빈 냄비. 할 수 없이 할머니가 홀로 앉아있는 그때, 낮에 찾아왔던 이웃들이 다시 문앞에 등장한다.

할머니는 더이상 남은 스튜가 없다고 전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그들은 샐러드, 치킨, 케이크 등 다양한 선물을 가지고 찾아온 것이다. 할머니의 빈 냄비와 이웃들이 가져온 음식들을 교차해보며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어쩌면 점점 각박해지는 건 아닌지, 나눔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