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두하수처리장 증설 및 현대화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제주지역 최대 현안이다. 올해 초 이 사업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선정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도민들은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총 사업비 3887억원의 전액 국비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부를 설득시킬 논리 개발이 시급해졌다. 정부의 입장에 순응할 경우 2025년까지 현대화 사업은 어려워진다.

　기재부는 하수처리장 증설 부분에 필요한 예산 954억원만 국고로 지원할테니 나머지는 제주도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업비를 지방예산으로 충당하라는 것인데 이는 기재부의 갑질에 다름아니다. 특히 정부 차원의 예타면제 사업 선정 취지에 어긋날 뿐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정신에도 배치된다. 이 법 제4조는 제주도에 행정적·재정적 우대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제주특별법상의 국가책무를 강조하는 것은 정부가 이 법의 취지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고, 제주도 역시 아예 체념상태로 지나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희룡 도정은 무턱대고 단순히 전액 국고를 지원해 달라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예타면제 사업인 점과 함께 지역 최대 현안사업에 국가가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한 제주특별법의 국가책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아울러 기재부가 도두하수처리장을 증설하는 사업비만 지원하겠다면 굳이 ‘현대화사업’이란 말을 빼고 ‘증설사업’으로 바꿔 부르면 된다. 하루 하수처리 용량을 현재 13만t에서 22만t으로 확충하는 것 자체가 증설이므로 구태여 ‘현대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원 도정의 진전된 대 중앙절충 노력과 함께 전액 국고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재부 등 정부의 전향적인 답변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