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각박한 현실 속 소통·치유 전하고파”(5) 신승훈 작가
어머니 춘자, 작품 속 주인공
수묵·오방·日 색채 결합 작업
대중예술 마주하기 개선돼야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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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6  16: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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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흑발머리 소녀가 한가운데 서 있다. 그 소녀는 풀밭에서 유니콘과 함께 거닐기도 하고 바닷속 돌고래와 소통하면서 방긋 미소짓고 있다. 소녀를 둘러싼 배경은 우리가 발딛고 있는 세상과는 달리 눈부실만큼 화려하다. 이쯤되면 과연 저 아름다운 세계에 살고있는 소녀는 누굴까 궁금해진다.

   
▲ 신승훈 작가.

신승훈 작가(40)가 탄생시킨 소녀 ‘춘자’는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다. 고향 제주를 테마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강인한 제주여성을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고심하다 떠올린 결과였다. 가까이서 춘자를 발견했지만 정작 그를 완성하기까지는, 꿈을 위한 긴 여정이 있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수많은 전시공간을 방문하면서 전통 기모노 등 일본문화에 흠뻑 매료된 그는 6년간 색채를 공부하고 제주로 돌아왔다. 그렇게 그는 전공인 수묵과 더불어 한국적인 오방색, 일본의 화려한 색채기법까지 아우르게 됐다.

이러한 그의 작업배경을 대변하듯 춘자는 ‘봄’이라는 뜻과 함께 ‘새롭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있다. 춘자를 감싼 공간은 다름아닌 ‘제주’다. 최근 난개발 등으로 제주자연이 파괴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그는 제주를 ‘판타지’로 표현했다.

“작품 속 ‘아름다운’ 제주를 보면서 각박한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그는 소통의 가치를 강조했다. 제주자연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은 그가 제주에서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 신승훈 작 ‘fantasy jeju island-춘자행복여정(춘자와 말)’.

그가 그린 작품 속에는 붉은 점을 가진 식물이 등장한다. “일본작가 쿠사마 야요이가 어릴 적부터 가졌던 환공포증을 자기만의 작업방식으로 극복하고 더 나아가 관객들과 작품으로 치유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다”며 일종의 ‘싸인’이라고 귀띔했다.

예술가로서 제주와 일본을 오가던 그는 2년 전 광주아트페어에 참여해 프랑스의 한 갤러리 대표로부터 눈에 띄게 됐다. 그를 계기로 춘자와 함께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세계 미술시장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과거에 비해 타 지역 화랑에서 제주작가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활동하다보면 기회가 오는 것 같다”던 그는 한편으론 제주 예술가로써 삶을 꾸려가는 것이 넉넉치 않음을 고백했다.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오랜 시간 생계에 매달려서인지, 문화적 혜택이 부족해서인지 작품 구입에 대한 시선이 아직까지 곱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작품 판매도 그렇지만 예술가들의 정산에 쓰이는 시스템 구조가 어려워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주민과 관광객이 늘면서 전시장이 활성화되고 SNS가 생겨남에 따라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에 ‘희망’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재료나 색감 등을 조금씩 바꾸면서 춘자에게 변화를 주는 등 내년에도 춘자의 성장과정을 담은 전시를 기약했다.

춘자를 바라보는 그의 애정어린 시선에서 판타지 너머 어딘가에 있는, 제주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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