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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에서 만난 희망
김구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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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5  16: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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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동이 트기도 전 해돋이를 보기 위해 어둠의 일출봉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양하다.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도 인파 중에 끼어 있다. 전혀 관계성이 없는 그들은 짙은 어둠의 찬 기온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공통적으로 한 곳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황금빛 줄기가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환호성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갑자기 고요함에 빠져들었다. 짙은 구름에 가린 태양은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새해에 대한 감격과 함께 모두의 바람을 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무엇을 바라며 기원하고 있었을까. 지난날의 좋지 않았던 상처들을 털어내고난 자리에 새로운 희망의 꽃을 심고자하는 마음이었으리라. 그것은 개인의 행복만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그리고 지역사회와 국가의 안녕을 추구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들은 진심으로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의 공간에서 세상의 평화를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는 우리에게 많은 상처만을 남기고 떠났다.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지는 혼돈의 시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던가. 순진한 국민들을 의지와 관계없이 탑승시켜 벼랑으로 폭주하는 열차와도 같았다. 멀미하는 승객들에게 낙원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겪는 잠깐 동안의 흔들림이라지만 자신들의 욕심을 낙원으로 포장한 것뿐이다. 결국 열차는 몇 걸음 안에서 흔들리다가 멈춰버렸다.

 들물과 날물에는 언제나 깊은 파열음을 낸다. 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순간적인 과정으로 물이 채워지거나 빠지면 해수면은 오랫동안 숨고르기를 한다. 조용한 바다는 태양의 에너지와 대기의 질에 따라 움직일 뿐, 결코 자신의 위대함을 뽐내거나 자랑함이 없다.

 인간의 삶에서 희로애락은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이기는 하나 그 자취를 남기는 일이 없는 거울처럼 산다면 삶은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장자는 응제왕편(應帝王篇)’에서 지덕(至德)의 성인을 말하며, “지인의 마음가짐은 저 환하게 맑은 거울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명경은 사물의 오고감에 내맡긴 채 자신의 뜻을 나타내지 않는다. 미인이 오면 미인을 비추고 추부(醜婦)가 오면 추부를 비추어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이기는 하나 그 자취를 남기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얼마든지 물건을 비추면서도 본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법이 없다. 그와 같이 지인의 마음가짐도 사물에 대해 차별도 없고 집착도 없으므로 자유자재일 수가 있다.”라고 했다. 이것은 명경지수 우화에서 나온 말이다.

 해돋이에서 보내는 기도의 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믿음의 선물이다. 믿음이 사라진 곳에 절망이 있다면, 절망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희망의 햇살이 믿음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아침 햇살이 어둠의 시간으로부터 해방시켜주듯 한 바탕 거센 폭우가 퍼붓고 난 뒤의 하늘은 맑고 고요하다.

 필자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포기하고 야행의 길을 떠나는 이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경자년 새해에는 해돋이에서 만난 사람들의 염원처럼 기쁨과 희망이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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