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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에 노루귀꽃
김구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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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30  16: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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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산행으로 어리목에 갔다. 겹겹이 쌓인 백설 위에 나목으로 떨고 있는 떡갈나무들이 안쓰럽다. 한 줄기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힘겹게 살랑거리며 맞고 있다. 그에게는 고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떡갈나무는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여름의 푸른 옷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치고 난 뒤, 한겨울 깊고 긴 여행을 하고 있다. 겨울은 그에게 새봄을 맞이하기 위한 휴식의 시간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듯 그 자태가 경이로울 뿐이다.

 떡갈나무 밑에 노랗게 피어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있었다. 노루귀꽃이다. 한겨울 언 땅에서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꽃, 새싹이 돋아날 때 뽀송뽀송한 흰털이 마치 노루의 귀와 비슷한 모양을 가졌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노루귀꽃이다. 그는 새봄을 기다리는 초목들의 희망이다. 넓게 펼쳐진 백설의 숲에서 짙은 분홍으로 피어오른 한 줄기 꽃봉오리를 보라. 마치,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알리는 전령사의 깃발과도 같이 힘이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에게 아름다운 꽃말을 지어준 것이 아닐까. ‘당신을 믿는다. 그리고 신뢰한다. 믿음과 신뢰, 인내라는 꽃말을.

 한겨울 돌담 가에 피어 있는 양지꽃은 어떤가. 소한 추위를 이겨내고 노랗게 예쁜 꽃대를 올리고 있는 가냘픈 작은 꽃, 사랑스러움. 어디에 그런 강인한 힘을 숨겼던 걸까. 시련 속에 피는 꽃의 향기는 짙고 곱다

 새봄을 준비하는 곳은 도심에서도 볼 수가 있다.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자 내 건 현수막이 겨울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그들이 그럴만한 사람인가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은 혼자만이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제껏 답습해 본 지역민들이 볼 때 지역을 위한 정치라기보다는 정당의 이념을 우선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대표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말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선택은 정권획득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정당의 습성이 아닌가. 동토의 정치에서 새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믿음과 신뢰의 꽃말을 지닌 노루귀꽃 한 송이를 선물하고 싶다. 양지꽃은 또 어떤가. 소한의 추위를 이겨내는 강인함으로 합리적이고 건강한 정치사회를 일신하는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선거는 기쁨이 충만한 축제이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마치 노루귀꽃, 양지꽃, 풀숲 연한 꽃잎의 흔들거림을 떨리는 가슴으로 사랑하듯 출마자들에게 격려와 힘을 보탤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도 앉을 가지가 있는 나무에 머물고, 사람은 믿음과 사랑이 있는 곳에 머문다.

 새 하늘 새 땅에는 위선과 거짓이 없는 사람들이 공생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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