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제주칼럼
대한노인회 제주도연합회 선거무효 소송을 마치며
문건협  |  법무법인 산운 대표변호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2.26  16:16:3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대한노인회는 1969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서울에 중앙회를 두고, 각 시도에 시도연합회를 두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경로당을 활성화하고, 노인대학과 노인취업지원센터 등을 운영하며 노인 복지증진과 권익신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임의적인 단체처럼 보이지만,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비 등을 지원받고 있다. 대한노인회 회원이 300만 명에 달하고, 중앙회 산하 제주도연합회만 해도 그 회원이 10만 명을 넘으니 규모가 상당하다. 하지만 이 단체가 그 규모나 역할에 걸맞게 민주적으로 구성되어 운영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제주도연합회는 2018. 3. 19. 회장선거를 실시해서 회장을 선출하였다. 이후 이 선거의 차점자가 원고가 되어 선거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필자는 이 소송에서 원고를 대리하였다. 원고는 1심에서부터 전부 승소를 하여 2020. 1. 16.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되었다. 이제 제주도연합회는 재선거를 앞두고 있다.

제주도연합회장 선거는 제주도연합회 임원과 제주시지회, 서귀포시지회의 회장단에 의해 치러지는 간접선거이다. 선거인단은 약 16명에 불과한데, 대한노인회 정관에 따르면 이 중 1명은 직전회장이고 3명은 직전회장이 임명한 선임이사이다. 2017. 12. 7. 대한노인회는 정관을 개정하여 선임이사의 수를 10명에서 현재의 3명으로 줄였다. 따라서 제주도연합회가 선거를 치를 때에도 먼저 선임이사의 수를 이에 맞게 감축하고, 줄어든 수의 선임이사만을 선거인단에 포함시켜야 했다. 하지만 제주도연합회는 선거 전에 선임이사의 수를 줄이기 위해 일부 이사를 해임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직전회장은 선임이사들 중 7명을 자의적으로 선거인명부에 등재하지 않는 잘못까지 범했다. 법원은 이러한 이유들을 근거로 위 선거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필자가 만 2년간 위 소송을 진행하며 알게 된 점은 제주도연합회의 직전회장이 범한 잘못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가 대한노인회의 정관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직전회장은 다음 회장선거에서 스스로 선거권이 있고, 직전회장이 선임한 이사 3명도 선거권을 갖는다. 따라서 선거인단 16명 중 4명이 직전회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표가 된다. 즉 직전회장은 차기 회장선거에 사실상 전체 투표수의 1/4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회장은 임기가 4년이고 한 번 중임할 수 있는데, 직전회장이 중임을 위해 다시 출마한 경우 선거인단 구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직전회장은 본인이 출마하여 사실상 4표를 행사하는데, 제주도연합회의 임원이 아닌 사람이 이에 대항하여 출마할 경우 그에게는 아무런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연합회장의 중임은 당연시 되어왔고, 직전회장이 출마하는 회장선거는 선거라고 부르기 민망한 절차였다.

간접선거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도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지만, 그 선거인단 개개인이 미국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자이기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제주도연합회의 간접선거는 문제가 심각하다. 선거인단의 1/4에 해당하는 선거인단이 사실상 직전회장 1에 의해 움직인다. 제도가 그의 독재를 부추기고 있다.

대한노인회 회장선거 절차는 더 민주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개별 회원들의 대표성을 띠지 못하는 16명이 모여서 뚱땅뚱땅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상황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는 노인회장의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며, 노인회의 위상을 떨어뜨린다. 현 대한노인회 정관이 규정하는 선거제도는 이너써클(inner circle)이 기득권을 유지하기에 딱 좋을 뿐이다. 고인 물은 썩기에 모든 단체는 늘 새로운 리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사단법인 대한노인회의 선거제도에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하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