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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공해’...불을 끄고 별을 켜자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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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03  17: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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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주택가에 사는 A씨는 밤마다 잠을 잘 땐 바로 이웃집 2층을 살핀다. 2층에는 지난 해 가을 30대 신혼부부가 이사와서 사는 데 별로 사용하지 않는 방안의 전등을 활짝 밤새껏 켜놔 이 불빛이 A씨가 잠자는 방을 엄습하는 바람에 숙면을 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A씨가 이 집을 찾아 거주인을 만나 자신의 어려운 입장을 얘기하고 심야 시간대에는 전등을 끄도록 호소했지만 이따금 불을 켜놔 A씨를 괴롭힌다.

B모씨(제주시 건입동)는 안방 밖 도로에서 비추는 훤한 가로등 불빛으로 잠을 이루기가 힘들어 얼마 전 시청에 민원을 냈지만 여태까지 별무소식이다. 그는 고육지책으로 까만 색깔을 입힌 대형 암막 커튼을 창문에 걸어 불빛을 잡고 있지만 여름철엔 이마저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고민이 크다.

인간이 편익을 위해 만든 전등(불빛)이 오늘날에 들어서는 도리어 인간에게 불편을 겪는 아이러니다. 빛의 범람으로 빛공해가 아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빛공해 방지는 어둠을 밝히는 모든 빛을 없애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빛의 발산을 최소화 내지 적정화하여 빛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사용하자는 것이다.

인공조명 빛의 고마움은 잠시였다. 최근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공조명으로 인해 멋진 도심지 야경이 빛공해로 전락했다. 수많은 가로등과 화려한 간판, 광고 영상이 도시를 대낮처럼 환하게 밝게 비추고 있어 수면장애와 생체적 리듬이 깨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식물은 밤과 낮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야행성 동물은 먹이사냥이나 짝짓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밝은 가로등 옆에서 장시간 빛을 받는 가로수들은 단풍이 늦어지고 수명이 짧아진다. 또 가로등 옆에서 밝은 불빛을 받고 자란 벼는 이삭이 아물지 못하고 키만 웃자라거나 정화 능력이 떨어져 병들어 말라죽기도 한다.

빛공해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기능 저하는 물론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팀은 약한 불빛의 방에서 잠잔 경우 통찰력과 관련된 전두엽 부위의 뇌기능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인간은 원래 어두운 곳에서 잠자도록 생체적생리적으로 설계돼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야간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빛공해가 심한 대도시에서 유방암 발생 위험이 다른 지역보다 1.3%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 시절 쉽게 볼 수 있던 은하수를 더 이상 관측할 수 없는 것은 대기 오염의 영향도 있지만 빛공해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만큼의 빛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러나 과도한 조명은 불필요하고 해악적인 존재가 되지만 업소들은 일반시민들의 불편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을 크고 넓게 밝힌다. 이런 것들이 쌓여 빛공해가 되는 것이다. 과도한 불빛을 잡아내 전기요금도 아끼고 인간의 건강. 생체리듬에도 도움 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때마침 정부가 앞으로 빛 공해를 일으켜 적발될 경우 과태료 30만원을 물리도록 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빛공해방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달 27일부터 오는 3월말까지 입법 예고했다. 또 빛공해방지법 상의 빛 방사(放射) 허용기준 준수 여부를 전문적으로 검사하는 '빛공해 검사기관'도 도입한다. 빛공해를 막을 제도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빛공해의 폐단을 깊이 인식해 이를 유발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불을 끄고 별을 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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