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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에게 참정권(參政權)은 없나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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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6  17: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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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1일 이후 입국하거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대상이 된 유권자는 오는 15일 총선에 투표장으로 나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들 중 경증으로 분류돼 생활치료센터에 머무르는 유권자를 위해 특별사전투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증 환자는 사전투표기간인 10~11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를 제외한 중증 환자와 자가격리자다. 확진환자라도 거소(居所)투표를 신청한 경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 투표 신청기간이 지난달 28일 이미 종료됐다. 이후 코로나 확진자로 판정돼 입원한 중증 환자는 투표가 불가능하다. 1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가 실시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는 유권자는 투표장에 가지 말 것을 권고한 데 이어 자가 격리를 위반하고 집 밖으로 나올 경우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내국인이 하루에 약 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선거 전날인 14일까지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7만여 명이 투표를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확진자와 밀접히 접촉해 자가격리를 받게 된 경우도 투표가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확진자 국민의 참정권을 정부 스스로가 빼앗는 셈이다. 민주주의 여정은 선거(투표)로 시작되는 대장정이다. 선거로 시작하고 선거로 끝나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와 투표는 순치(脣齒)지간이다. 불과 몇십표 차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도 많아 투표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정부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코로나 불길이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은 데다 해외에서 하루 수천 명가량이 신규 유입되고 있다. 2차 감염과 확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못지않게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책임 또한 정부에 있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확진자 및 치료 중인 유권자, 그리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교민·유학생 등은 이번 총선에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또 미국 등 40개국의 재외국민 투표도 중단됐다. 대략 8만여 명의 재외국민 유권자가 투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 감염 확산을 이유로 무조건 막고 보겠다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발상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온다. 비상상황인 만큼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만, 정부 관련 부처의 고심과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대입 수능 시험날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는 수험생들에게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면서도 정작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투표에서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과 재외국민만 투표를 제한한다면 이는 헌법상 부여된 참정권의 박탈행위와 무엇이 다르랴.

헌법 제1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헌법정신은 국민의 투표를 통해 비로소 시현(示顯)된다. TV나 신문 광고를 통해 국민들에게 투표할 것을 적극 권장하는 정부나 중앙선관위의 태도는 어찌 보면 이중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그 수많은 총선 후보자 어느 누구도 이런 국민 참정권의 제한에 입을 다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고의 방역이 최선의 선거 관리라는 자세로 유권자가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그럴싸 해보지만 다른 한편으론 어금니가 빠진 것처럼 괜스레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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