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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언론에 재갈 물리려는 이 정권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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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05  17: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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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도심지 대형건물의 사무실에 깊은 밤에 도둑이 들었다. 4~5명이 조를 이룬 검은 신사복 차림의 이상한 도둑들은 작은 기계를 들고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 시정장치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인근 경찰에 비상벨이 울렸다. 어둠속에 숨을 몰아쉰 도둑들은 출동한 경찰을 따돌리고 유유히 사라진다. 현장 확인에 나선 경찰은 특별히 훔쳐간 물건은 없어 안도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접한 신문기자는 이상한 도둑들이라는 본능적 낌새를 채고 끈질긴 추적 취재에 들어간다. 1972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 등 두 민완 기자. 취재의 정점에서 CIA를 비롯한 권력 핵심의 집요한 공작에 맞선 두 기자는 권력의 검은 그림자와 맞닥뜨린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이상한 도둑을 찾으며 끈질기게 취재와 보도를 이어 갔다. 진실추적의 종착역은 재선(再選)가도를 달리던 닉슨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이 야당 당사 도청 스캔들로 드러나게 된다.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그 유명한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갑자기 이 사건을 소환한 것은 오늘날 한국의 언론환경이 망망대해에서 난파선 신세가 된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국민 피해 구제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권력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봉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독소 조항들로 가득하다.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는 현행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민법상 손해배상까지 인정하고 있다. 이것만도 이중 처벌의 과잉 입법이어서 일부 여당 의원들은 야당 시절 공공기관의 명예훼손 소송을 금지하는 법안도 냈다. 그런데 여당이 되자 거꾸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도 예외 없이 배상액을 최대 5배로 늘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유례없는 언론악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 개정안이 8월 국회를 통과해 6개월 후 발효되면 당장 문 정권 말기에 쏟아지는 권력형 비리 보도와 유력 대선 주자들에 대한 막바지 검증 보도부터 막히게 될 터.

 민주 국가에서 권력 비리의 대부분은 언론 보도로 드러난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주변 권력 비리 상당수는 일부 언론의 끈질긴 추적과 보도로 진상이 드러나곤 했다. 검찰·경찰 수사는 언론 보도를 뒤따라가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 펀드, 가족 학원 비리 등은 모두 언론의 취재·보도를 통해 진상이 밝혀졌다. 언론이 없었다면 조씨의 파렴치와 내로남불은 그대로 묻혔을 것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리는 청와대 전 특감반원의 폭로를 언론이 취재·보도하면서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청와대와 부처가 모두 나서서 야당 후보를 수사하고 공약지원을 해주는 중대 선거 범죄가 드러났다.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자기 배를 불리고 보조금을 엉터리 사용한 윤미향 의원 사건도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 그 외에도 각종 비리가 언론에 의해서 제기됐다.

 이 언론징벌법은 기준 자체가 애매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물리도록 돼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해석으로 언론에 소송을 걸어 입을 막고 미리 겁 주려는 목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권력 비리를 파헤칠 수 있겠나. 그저 정부에서 내주는 보도·홍보자료를 갖고 기사를 쓰라는 것이 접권 여당과 정부의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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