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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창시로 여는 제주아침(2)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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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6  09: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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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등(外燈) 하나
외롭게 서 있는 선창이 있다.

이따금 지나는
윤선소리에도

부우옇게 울려오는 선창이 있다.

아!
이처럼 허전하게 돌아서야 한다면

돌아서서 이처럼 억울한 것이면

묶인 채로 뒤척이는 바다 옆에서
온 밤을 불을 켜는
선창이 있다.

-한기팔의 ‘선창’전문

 

수평선을 오가는 일이 뱃길로만 가능했던 1960년대 중반.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낙향한 시인은 섬으로 돌아와 섬처럼 고독하게 지냈다. 하지만, 서귀포 선창에 서면 부우옇게 울려오는 윤선소리를 어쩌랴. 그때의 윤선, 즉 화물선은 여객선의 역할까지 했었기 때문에 육지로, 일본으로 떠나는 배를 수평선 너머로 목마르게 부를 수밖에 없었을 터.
‘묶인 채로 뒤척이는 바다’는 정작 섬에 묶여 있는 큰 바다처럼 고독한 작가 자신일 것이다. 그렇다. 외등은 작가 자신을 심지로 이루지 못한 꿈을 밤새 태워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노릇이다. 선창의 한 귀퉁이에서 코트깃을 올리고 물안개를 헤집으며 시인이 걸어오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 시인이여, 누구의 가슴엔들 외등 하나 안 켜진 사람이 있겠는가.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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