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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섬이 보이는 방<나희덕>시로 여는 제주 아침(3)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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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6  09: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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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3)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중략)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 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고리의 손에서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데기에 세 든 소라게처럼


-나희덕의 ‘섶섬이 보이는 방’ 일부

1951년, 약 1년간 서귀포에 머물렀던 화가 이중섭.
<6.25전쟁>이 한창이던 그때에, 1.5평의 관 같은 방에 살면서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가 아이들과 어우러져 ‘해질 때까지 놀’ 정도로 그의 그림은 동화적이고 해맑다.
그의 집을 다녀 올 땐 고즈넉이 다녀오자. 서러운 햇빛에 눈이 부셔도 사랑 깨우지 말고 다녀오자. 그가 꾸는 꿈의 섬을 방해 하지 말자.
‘섶섬’하고 부르면 조개처럼 입이 다물어진다.
얼마 전 이중섭에게 방을 내준 김순복(93)할머니는 중섭의 아내인 일본인 마사코(한국명 이남덕. 93)를 60여년 만에 만나 못 다한 정을 나누었다. 거기엔 화가만 없었다. 죽은 사람의 추억으로 살아 있는 산사람들 서로를 끌어안는다. 시인은 이 작품으로 제 22회 ‘소월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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