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시로여는제주아침
정완영의 ‘유자’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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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7  08: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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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柚子)

세월이 바다에 와서
돛배처럼 떴는 섬에

그 섬이 바다가 되어 마을들은 또 떠 있고

바람 끝 되살아나는
등불만한 유자 하나

- 정 완 영의 ‘유자’ 전문


생각난다.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만났던 시인의 작품 ‘조국‘이.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며 서러운 조국의 운명을 ’가얏고‘로 노랬던 시인. 며칠 전,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댁은 뉘시오?” 짐짓 농담을 건네는 아흔네 살의 노시인.
그 시인은 유난히 제주를 좋아했고, 수십 편의 제주 관련 명시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이 ‘유자’를 「시로 여는 제주아침」첫 시로 올린다.
바다에 서면 떠 흐르지 않는 것이 있으랴. 세월도 돛배도 그렇고 마침내 섬도 마을도 뜬다. 이렇게 모두가 창파에 떴으니 섬이 위태롭지 않겠는가.
하지만, 시조 종장의 묘미가 그렇듯이 곧 반전된다. 섬은 ‘바람 끝 되살아나는 유자만한 등불 하나’ 로 피어난다. 거센 바람과 파도와 맞서 싸우며 버팅기는 제주, 그리고 제주인의 강인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바다의 집어등은 돛배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마을도 환히 밝힌다.
유자가 익는 밤이거든 그리움이여, 길을 잃지 마시라.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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