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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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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8  17: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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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
 

고백하지 마세요
이곳에선 회심(懷心)도 죄가 됩니다

뒤돌아보지 마세요

용을 닮은 덩치 큰 사내가
돌 속에 귀신처럼 서 있습니다
두 귀를 막으십시오
용두암은 한 사람이 남는 감정입니다

(중략)

바위산의 사내가

바위를 가르고
지상의 한 사람 앞에
물짐승처럼 젖은 무릎을 꿇을 때
비린 눈빛도 죄가 됩니다

  서안나의 ‘‘용두암’ 일부

 서안나는 뭍에서도 알아주는 제주출신 시인이다.
올해 초 인사동의 어느 문학모임에서 오랜만에 시인을 얼핏 만난 적이 있다.
용두암은 땅속에서 솟아오른 불기둥이 파도에 식혀져 허공에 용의 형상으로 굳어 있는
돌덩이다. 그 모습은 ‘바위산의 사내가/ 바위를 가르고/ 지상의 한 사람 앞에/ 물짐승처럼 젖은 무릎을 꿇’은 것 같다. 시인은 그 앞에서 고백을 말라고 한다. 이름도 품지 말라고 한다.  고백이나 회심은 죄가 된다고 한다. 용두암은 한 사람의 감정이 통째로 굳어진 서늘한 영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역설이다. 진정으로 가슴에 품은 사람이 있거든, 그대여, 제주시 해안도로가 열리는 용두암에서 그 이름을 슬쩍 내려놓고 가시라.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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