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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섭의 ‘서귀포’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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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04  18: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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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 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이홍섭의 ‘서귀포’ 전문

‘네가 오고 내가 가는/ 이 아름다운 이승에 우리가 머물다 갈 /소슬한 집 한 채가 다 지어졌다’ 고 노래했던 시인.
그 ‘터미널’이란 시를 읽고 한동안 먹먹해진 적이 있었는데, 오늘 또 ‘서귀포’를 만난다.
시인은 반도 동쪽 끝, 강릉 출신이다. 그래서 떠나는 모든 것은 서쪽으로만 간다는 믿음을 갖게 됐는지도 모른다. 시인에게 굳이 서쪽의 실체를 물어 무엇 하랴. 그것이 멀고 먼 서방정토로 가는 길일지라도. 암튼 시인은 서남쪽으로 내려왔고, 남단의 끝 섬에 이른다. 거기에 서귀포가 있다. 여기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절규한다. 서귀포니까.
아! 우리는 이렇게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을 가졌다. 이 시는 조선일보 주관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 시” 50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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