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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의 ‘오름의 무덤’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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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05  17: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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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무덤'

 

제주 어느 오름이었는지 몰라
오름에 오르니 분화구 속에 무덤이 있는 거야
뗏장이 반지르르한 무덤이

분화구 깊숙이서 솟아올라와 있는 거야
누가 물었지 왜 하필 여기에 무덤을 썼을 까고
그러자 또 누가 답했지
저건, 음핵이라고
닿으면 중산간지대 오름들이 모두 부르르 떠는 초원을 보여준다고
일행들은 모두 가볍게 웃어넘겼지만
실은 나도 무덤을 쓸고 가는 바람 따라
솜털처럼 일어서는 초원으로 불어가고 싶었지
좀 망측하면 어때
풀꽃대를 희롱하는 바람 따라 가서
여인네들 손때에 묻어 반들거리는 퉁방울
돌하루방처럼 우뚝 서 있고만 싶었지


손택수의 ‘오름의 무덤’ 전문


시가 꼭 엄숙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시를 한 번 읽고 미소를 흘렸다가 지우면 되는 것이다. 어느 오름이었을까. 불을 토해냈던 그 분화구에 무덤을 놓은 오름은.
화구 속의 무덤을 음핵으로 보는 시인의 눈이 이채롭다.
무덤이 죽음의 상징이라면 음핵은 생명 탄생의 상징일 터. 거기에 돌하르방처럼 우뚝 서 있고 싶다니!
아들 낳길 소원하는 여인들의 분내 나는 손때가 묻어 반들거리는 돌하르방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진듯하다
어느 날 문득 제주 초원이 일시에 부르르 떤다면
그 오르가즘으로 꽃들은 피어날 것이다. 오름의 무덤 둘레가 좀 망측하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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