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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의 '모슬포에서'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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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9  18: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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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19)

오래도록 그리워할 이별이 있다면모슬포 같은 서글픈 이름으로 간직하리.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 모슬포.모-스-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자꾸만 몹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나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도록 사랑하겠네.사랑의 끝이란 아득한 낭떠러지를 가져오고저렇게 구멍 숭숭 뚫린 구멍이 가슴에 생긴다는 걸여기 방목하는 조랑말처럼 고개 끄덕이며 살겠네.살면서, 떠나간 여잘 그리워하는 건마라도 같은 섬 하나 아프게 거느리게 된다는 걸온몸 뒤집는 저 파도처럼 넓고 깊게 깨달으며 늙어가겠네. 창밖의 비바람과 함께할 사람 없어더욱 서글퍼지는 이 모슬포의 작은 찻집, '경(景)'에서.

-김영남의 ‘모슬포에서’ 전문

김영남 시인 하면 ‘정동진역’과 이 작품이 떠오른다.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 나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 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도록 사랑하겠네.
잠시 만났다가 이별하는 몹쓸 여자 보다 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 사랑하겠다는 시인. 그 시인의 뒷모습에 비가 내린다.
내 귀엔 자꾸 ‘모-스-을’ 하고 우는 뱃고동소리가 ‘보-스-을’로 들리고 끝내 ‘보-스-을 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으로 읽힌다.
오늘은 부산정거장 대신, 모슬포의 ‘경(景)’이라는 작은 찻집은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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