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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의 '예래바다에 묻다'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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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2  17: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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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20)

 

눈 감고 눈 속 희디흰 바다를 보네
설핏 붉어진 낯이 자랑이었나 그대 알몸은
그리워 이가 갈리더라 하면 믿어는 줄거나

부질없이 부질없이 손톱만 물어뜯었다 하면 믿어는 줄거나
이 늙음 수줍어
모르는 체 지나며 곁눈으로만 그대 보느니
어쩔거나
그대 철없어 내 입안에 신 살구 내음만 가득하고
몸은 파계한 젊은 중 같아 신열이 오르니
그립다고 그립다고 몸써리 치랴
오 빌어먹을, 나는 먼 곳에 마음을 벗어두고 온 사내
그대 눈부신 무구함 앞에
상한 짐승처럼 나 속울음 삼켜 병만 깊어지느니

- 김사인의 ‘예래바다에 묻다’ 전문

사자가 범을 이긴다고 했다.
앞바다 범섬의 ‘범’ 기운을 이기기 위하여 ‘사자가 오는 마을’로 명명되었다는 예래(猊來)마을.
시인은 왜 여기서 고백하듯 길을 물었을까.
‘그리워 이가 갈리더라 하면 믿어는 줄거나’
‘부질없이 손톱만 물어뜯었다 하면 믿어는 줄거나’
그러나 바다는 아무 대답이 없고 신 살구 내음 같은 그대만 떠올라 몸써리 쳐질 뿐이다.
상한 짐승 같은 사내, 환장할 이 그리움을 너 어쩔 것이냐. 예래 바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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