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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의 '행원일기'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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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3  17: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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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21)


행원바다 가는 길 개민들레 떼판이다
팔순 어미 등짝에 껌딱지 같은 신신파스

열두 물 바릇잡이가 횃불로 타고 있다.

행원리 바닷길엔 양식장 김씨가 산다
뜰채로 떠올리는 건 넙치만이 아니라며
대출금 연체이자에 등골 빠진 사내가 산다.

오후 두시 세화오일장, 떨이 끝난 좌판 행렬

마흔 아홉 이 그리움 누구에게 떨이할까
가끔은 내 사랑에도 안전띠를 채우고 싶다.

-조영자의 ‘행원일기’ 전문

다랑쉬나 둔지봉 쯤에서 동녘을 바라보면 하얀 갈매기가 무수히 날갯짓을 하는 것 같은 마을.
금방이라도 마을 하나를 떠 매고 날을 기세다.
며칠 전, 무심결에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가 그 풍차마을, 행원리에 이르렀다.
인근 갯바위에선 강태공들이 양식장에서 빠져나온 광어들을 낚거나 뜰채로 건져 올리고 있었다. 그곳 양식장 김씨를 나도 안다. 대출금 연체이자에 시달리면서도 환한 얼굴로 싱싱한 파도 한 자락 같은 악수를 건네 오던 김씨. 뭐가 급했는지 그는 작년 이맘때 서둘러 이승을 떴다. 시인이 매어놓은 이 세상의 안전띠도 소용이 없었나보다. 그토록 사랑했던 딸애의 혼삿날 다가오는데, 행원바다를 이대로 텅 비워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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