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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신의 ‘입석리(立石里) 산과 바다’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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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9  17: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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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24)

또 한 해 보내는가 잿마루에 올라서면
침침한 눈 비비며 바다 끝도 잠겨있다
해조음 아득한 너머엔 떠서 도는 마라도

우리가 심은 것은 귤나무만 아니었다

마른 나무 가지 끝에 겨우내 감긴 눈발
입석리 애타는 등불은 귤빛으로 익었었다

한라산 눈보라야 모닥불이 아니던가
기슭의 봄소식은 가지마다 밟히는데

풀피리 연연한 가락에 실려도 올 수평선


- 강문신의 ‘입석리(立石里) 산과 바다’ 전문

‘입석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타면 성판악과 숲터널을 넘어 돈내코에 이르기 전에 오른 편 숲 속에 우뚝한 바위를 보게 된다. 이 마을이 입석리, 즉 선돌마을이다.
시인은 한 때 이 마을에서 감귤원도 하고 감귤육묘 사업도 하면서 부농의 꿈을 키운 바 있다.
 세파 속에 바다며 산이며 부농의 꿈마저 다 묻고도 휘날리는 ‘눈보라’를 모닥불로 여기면서 다시 삽자루를 쥐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농부, 그런 시인의 가슴엔들 떠서 도는 마라도 같은 그리움이야 없겠는가. 한해가 저무는 길섶, 시인아, 그 동토에서 새해의 희망을 파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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