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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향림의 '그리운 서귀포1'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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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5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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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27)
 

나는 가난했어요.
낡은 지도 한 장 들고 서귀포로 갑니다.

마른 갯벌엔 눈 감은 게껍질들이 붙어 있어요.
가는귀먹은 게들이 남아서 부스럭거립니다.
햇빛과 목마름으로 여기까지 버티어온 나는
바다를 앞에 놓고도 건너갈 수가 없어요.
아내의 나라가 보이는 곳까지 가까스로 닿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에 가까스로 닿습니다.
나의 처소는 이끼 낀 흙담벽이 둘러쳐져 있어요.
그리고 한 평 반의 바람 드는 방엔 닿을 수 없는
아내의 바다가 수심에 잠겨 출렁거려요.
그리운 쪽빛 바다 서귀포.

-노향림의 ‘그리운 서귀포1’ 전문

노향림 시인의 시집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에서 그리운 서귀포 연작을 선보였다.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강렬한 그리움으로 들어 있는데 화가 이중섭의 불우한 생애가 그려져 있다
6.25 전후의 참혹한 상황에서 가진 것 없는 예술가가 제주에 왔다가 극심한 생활고로 아내의 친정인 일본으로 가족들을 보낸다
그 그리움을 애틋한 그림엽서에 담아 보내지만 간염과 정신질환에 시달리던 그는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다
이 작품은 얼핏 이해가 어려운듯 하지만 이중섭의 눈으로 서귀포 바다를 시리게 바라보자
멀리 중섭을 걱정하는 아내의 바다가 수심에 잠겨 출렁거리는게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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