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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의 '양파밭의 저녁놀'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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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6  18: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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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28)
 
아직도 한라의 눈은 녹을 기척도 없는데

저무는 산간 놀이 떠서 꿈만 같다
빌레밭 양파 움으로만 모이는 저녁 햇살들
(중략)
봅서, 어디 감수광….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 한마디
나는 갈매기처럼 양손을 저어 흙 위에서
나는 시늉을 했다
싱그런 양파밭의 저녁 햇살과
호미 끝에 잘려나가는 서러운 서러운 풀내음 들고
호롱불빛에 저무는 먼 먼 마을들…
아직 솥단지 안의 식지 않을
내 밥그릇과 국그릇을 향하여
나는 강한 플래시의 불빛을 흙 속에 묻었다

-송수권의 ‘양파밭의 저녁놀’ 일부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버리고 가는 것을/
송수권 시인 하면 <산문에 기대어>가 입술 끝에 휘파람으로 묻어난다. 시인의 등단작이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문학청년들에게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그런 시인이 성읍마을 어디쯤 왔나보다.
양파밭의 할머니들은 김 만 매는 것이 아니라 저녁햇살도 매고, 사투리도 매고 민요가락도 매고, 그러다가 신명 나면 지나가는 남정네에게도 슬쩍 “봅서, 어디 감수광”이란 농담도 건네는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시인은 갈매기처럼 흙 위에서 나는 시늉을 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그려진다. 돌아서는 시인의 등에 ‘한 마디 하고 싶다. ’혼저 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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