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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의 '초록섬'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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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9  18: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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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 (30)

우도엘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얼른 우도를 주머니에 넣고 와버렸습니다. 지도에서 사라진 우도, 집으로 오는 길은 축축했습니다. 바닷물을 뚝뚝 흘리는 섬, 우도를 잃어버린 바다가 꿈까지 찾아와 철썩거립니다. 우도를 내놓으라고 호통을 칩니다. 헌데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도 온데간데없습니다. 바다는 더 세게 으르렁거리고, 꿈자리가 사납습니다. 주머니를 뒤집어보니 작은 구멍 하나 나 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어디선가 빠뜨린 모양입니다. 그래도 바다는 물러가지 않고 밤새도록 으르렁거립니다. 옆구리를 철썩철썩 후려칩니다. 지도에, 파랗게 출렁이는 바다에 초록의 사인펜으로 가만히 섬을 그려 넣습니다. 금세 파도가 잔잔해집니다.

-변종태의 ‘초록섬’ 전문

시인의 능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마 시인은 서빈백사 쯤에서 반출이 금지된 모래 한 줌을 남몰래 호주머니에 슬쩍 담았나보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우도를 훔쳤으니 꿈자리가 사나울 수밖에.

궁여지책으로 지도에 초록섬을 그리는 모습이 미소를 번지게 한다.
시인이 섬을 먼저 그려버렸으니 그 옆에 갈매기라도 그릴 자신이 없거든 독자여 우도에선 바람도 훔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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