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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춘의 '바다에 눕다'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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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13  19: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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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32)


태풍 메아리가 섬자락을 뜯고 있을 때
수월봉 절벽 아래 수직으로 돋는 파도

허옇게
기둥을 세운
물의 뼈를 보았네

누구의 등을 타고 저리 치열하게 오를까
서로 할퀴고 허물어도 흔적조차 남지 않는
그게 다
거품인 것을,

여기 와서 보았네

부표로 떠돌던 허물어진 수평선에
짜디짠 그리움이 목젖 가득 밀려오면
부메랑
화살 한 촉을
바다 위로 날렸네

- 장영춘의 ‘바다에 눕다’전문

파도에게도 일생이 있는 것이다.
뭍에 딱 한 번 부서지는 것으로 그의 일생이 마감되는 것이라면, 어떤 파도는 바람과 바다가 사나운 날, 그것도 수월봉까지 와서 허연 등뼈를 수직으로 곧추 세우며 울고 싶은 것이다.
사람살이인들 다르겠는가.
누구의 등을 타고 치열하게 오르고 할퀴고 물고 뜯다가 결국 그것이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인생이 한갓 거품이라 할지라도, 그리움이 짜디짠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할지라도 시인아, 바다에 화살촉을 날리지 않으면 배겨낼 재간도 없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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