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시로여는제주아침
김원욱의 '첫눈'
오승철  |  시인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1.22  18:22:4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시로 여는 제주아침(37)

어쩔 것이냐
문을 열면
숨죽이며 허물어지듯

길모퉁이 좌판 위에 구르는
한 떼의 절망이다가 혹은
우리들 곁에서 눈뜨는
설레임이다가
참으로 어쩔 것이냐
이 땅에 닿기 전
이승의 하늘에서 깜박 한눈 팔 듯 
총부리 매서운 그날
제주들판의 소슬한 바람이다가
격정의 시대를
이 악물고 떠내려 온
몇 송이 눈

-김원욱의 ‘첫눈’ 모두

왜 사람들은 첫눈을 걸고 약속을 하는 걸까.
그것은 설렘과 기대, 화해와 용서라는 첫눈의 이미지도 그렇지만, 눈으로 갇힌 공간에서 은밀히 하늘의 축복을 받고 싶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시인의 첫눈은 그런 의미와 거리가 멀다.
한때 젊음과 좌절이란 격정의 시대를 이기지 못하고 뭍으로 떠돌던 자화상을 그려냈다.
그러나 단순한 자화상이 아니라, ‘이승의 하늘에서 깜박 한눈 팔 듯’ 역사의 광풍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뒷모습도 덧칠하고 있다.
20년여 년 전 내 머릿속에 첫눈의 무늬로 선명히 박힌 이 작품이 오늘 아침 펏들대는 눈발과 함께 문득 생각나는 것은 뭣 땜인지 모르겠다. 아, 이 악물고 떠도는 저 눈송이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2월 12일  |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부임춘
청소년보호책임자 : 부임춘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