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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의 '벌통 생각'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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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27  18: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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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40)

오월로 가던 바람 잠시 멈춘 가라츠성成
향기 따라 바람 한 줄 또 한 구비 돌고나면
서귀포, 고향바다가 혈관마다 파도친다

수술실 문턱에서도 아비는 벌통 생각

대신 사양 주던 날, 뚜껑 죄다 열려도
벌들은 꽃 밖에 나와 아버지를 기다렸다

이역만리 내가 와놓고 무엇을 기다리나
사십년 익은 몸짓 빈 꽃대만 빨아대도
때 되면 분봉分蜂의 시간, 비상하는 침 하나

- 강현수 ‘벌통 생각’ 모두


공무원 시인, 강현수.
그의 시를 읽으면 최치원의 ‘산비이속 속리산(山非離俗 俗離山)’이란 싯귀가 떠오른다.
풀어 보면 ‘산이 사람을 떠난 적이 있는가, 사람이 산을 떠났지’쯤 될 것 같다. 그래서 속리산이란 지명도 유래됐다고 한다.
그가 연수차 이역만리 일본의 가라츠로 떠난 것이지, 고향이 그를 떠민 것은 아닐 것이다. 그에 대한 회한인 것이다.
수술실 문턱에서도 자신의 몸보다 꿀벌들 걱정, 자식들 걱정에 노심초사하던 아버지 모습이 그날따라 더 밟혔나보다. 
시인아, 자책하지 마시라. ‘때 되면 분봉’하듯 품에서 벗어나 제 길을 가는 게 인생의 섭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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