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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의 '동검은이오름에서'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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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3  18: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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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43)

한 송이 구름체꽃 자줏빛 숨을 쉬는
오름의 중턱에서 발길 잠시 멈춰 선다
움켜쥔 하늘 한 자락 바람결에 조금씩 풀며.

간간이 피어오르는 붉은 억새 머리카락

무작정 긴 모가지 불쑥 빼어들고는
제 속을 말리고 있다
햇살도 숨은 날에.

문 닫고 들어앉은 쇠똥구리 작은 움막
기약 없는 그 집 앞을 에둘러 가는 길
바람에 쓸리어가는 내 그림자가 밟힌다.

-윤경희의 ‘동검은이오름에서’ 모두

제주는 368개의 오름을 거느린 오름왕국이다.
이 중에 능선이 가장 아름다운 오름 셋을 말하라면 대개 다랑쉬, 용눈이, 따라비오름을 꼽는다. 나도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뭔가 허전하다. 바로 동검은이오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구름도 베어버릴 것 같은 칼날 능선을 품고 있는 오름. 시인은 이 오름에서 구름체꽃과 참억새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참았던 그리움을 쇠똥구리의 움막 앞에서 비로소 고백한다. 멸종위기의 쇠똥구리는 아직 청정지역인 이 오름의 인근에만 남아 있다. 혹, 동검은이오름에 이르시거든 지금쯤 겨울잠을 자고 있을 그리움에게 에둘러 안부나 놓고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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