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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자의 ‘장무상망(長毋相忘)’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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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6  18: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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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45)

외롭고 외로울 제 바다는 더 저승 같고
수선화 목을 빼도 봄소식 감감할 제
꽃인 양 서책을 품고 달려오던 그대여

그립고 그리울 제 집은 한 채 무덤 같고

먹물 나눈 벗조차 황차 무심할 제
생을 건 먼 바닷길에
비단을 펴던 그대여

세한의 매운 그늘 뼛속까지 시려올 제
문자향 문득 피운 송백을 우쭐 세운

더없이 깊은 그대여 푸르도록 기루겠네


-정수자 시인의 ‘장무상망(長毋相忘)’ 모두

귀양살이가 없었다면, 제주가 아니었다면 과연 ‘세한도’나, 추사체란 말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헤아려보니, 추사 선생이 그의 ‘명작의 산실’인 제주와 연을 맺은 지 170여년이 되었다. 
칠십 평생에 벼루 열개 밑창 냈고, 붓 1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는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장무상망(長毋相忘)은, 그가 제자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려주며 ‘서로 오래 잊지 말자’는 증표로 붉게 찍은 유인이다.
이 작품은 정수자 시인의 ‘세한도 시편’ 중의 하나로 추사가 서슬 푸른 송백을 그린 듯 서늘하다.
바다가 저승 같고 집이 무덤 같은 기다림일 때, 먼 바닷길을 건너오는 사람아, 오늘은 추사가 그토록 좋아했던 대정고을 금잔옥대 수선화 향기나 한 잔 건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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