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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렬의 '가파도에서'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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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3  18: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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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49)

 
외롭지 않으면 목이 길지 않다
목이 길어서 섬이다

제주 사람들이 뭍을 그리워하듯
가파도 사람들은 제주 섬 쪽으로 긴 목을 뺀다
어디를 가나 파도가 울고 있어서
가슴에 늘 외로운 새 한 마리 산다
칵, 가래침 긁어 올려 파도에 섞는다
내일도 모레도 고달픈 오늘이다

-김광렬의 ‘가파도에서’ 모두

‘맑은 영혼으로 쓰는 무욕의 시’라고 문단의 평을 받고 있는 김광렬 시인. 그는 1988년 ‘창작과 비평’ 복간호로 작품 활동을 시작 한 이래 최근 네 번째 시집『그리움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를 펴내는 등 자신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작품을 쓰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는 노천명의 시처럼 모가지가 길어서 사슴은 슬픈 것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외롭지 않으면 목이 길지 않다’는 이 역설의 시편을 대하면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낀다.
가파도가 목이 길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을 테다.
그렇다. 가파도라는 그리움의 새 한 마리가 가슴에 파닥이지 않으면 그게 어디 시인이랴. 그렇다고 시인아, 내 안에 가래침을 칵, 내뱉을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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