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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의 '가름도새기 가름을 돌다'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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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9  19: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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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52)


내가 자꾸 우리를 뛰쳐나가는 건
다만 발정 난 때문만은 아니다

일상은 나의 거처가 아니라

무기력한 안일의 누적된 무덤

편안한 거짓에 길 들여 지면
불편한 진실이 경계를 허문다

묏들을 주름 잡던 야생의 유전자
그 거침없는 저돌적 일탈을 찾아

내가 자꾸 우주의 가름을 도는 건
다만 갈증 난 때문만은 아니다

 

-김경훈의 ‘가름도새기 가름을 돌다’ 모두

가름은 작은 마을이나 동네를 뜻하는 제주어다.

30~40년 전만 해도 우리를 무너뜨리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발정기의 돼지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시인은 그 돼지를 가름도새기라고 했다.

그 돼지가 가름을 도는 것은 야생의 유전자 그 거침없는 저돌적 일탈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인이 우주의 가름을 방황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무기력한 안일과 편안한 거짓에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시인의 날 선 정신이 가름도새기와 맞물려 해학적이면서도 그 속에 숨은 의미가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이렇게 짧은 글 안에 우주를 담아내다니! 그래서 시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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