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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훈의 '겨울밤'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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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24  18: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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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55)

우리집 안방에도
이 세상 저 세상은 있다
아버님

들리시지요
앞발 다친 산노루의
절뚝이는 걸음 같은
재봉틀 소리
아직은 꺼지지 않은
먼 마을의 죄스런 불빛
밤새
대문짝에
바람이 살다 간다.

-강중훈의 ‘겨울밤’ 일부

강중훈은 기다림의 시인이다.


그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에 이발하러 나간 아버지가 여태껏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4·3>이란 미친 바람이 불 때였다.

손잡고 입학시켜준 아버지를 60여 년 기다렸으니, 지루할 법도 한데, 몇 잔의 취기만 있으면 어김없이 그의 눈시울은 붉어진다. 왜 원망이 없겠는가.
 
어머니의 재봉틀소리가 앞발 다친 노루처럼 들리는 겨울밤을 아버지는 알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개미허리 같은 성산포 터진목의 모래밭.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사라져간 현장이다.
 
그는 르클레지오와 그 모래밭을 걸으며 입가에 자꾸 휘파람을 흘렸다.
 
그리움이 사무치는 날이거든, 성산포 터진목에 시비로 새겨진 강 시인의 노래나 들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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