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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심의 '멀구슬나무'
오승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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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26  18: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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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제주아침(56)


어느 새가 물고 왔나, 묵주알 만한 씨앗 하나
내가 출가해도 친정집에 눌러 산다

아버지 수술한 등에 철심처럼 박혀 산다
 
종갓집 오대 내력 유서처럼 다시 본다
서울에서, 서귀포에서 모여든 이 기일에
숟가락 그 빈자리를 채우는 생을 본다

뿌리도 시린 잠에 파르르 떨고 나면
전화 벨소리로 전율하듯 봄이 또 온다
내 뻗은 그 긴 가지에 악수 한 번 하고 싶다

-강애심의 ‘멀구슬나무’ 모두

겨울끝물인데도 멀구슬나무는 가지마다 홍시처럼 노랗고 자잘한 열매 몇 개씩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긴 겨울 더 부양해야할 새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러한가. 오늘 아침 직박구리 두세 마리 동네 어귀 멀구슬나무를 시끄럽게 오간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나무는 동네마다 각기 다른 사연, 각기 다른 소문들을 매달고 있는 것 같다.

시인에게 멀구슬나무는 수술한 아버지 등에 철심처럼 박혀 사는 종갓집 같은 것이다.

친정집 누군가의 제삿날이다. 봄은 그리운 저 세상의 목소리처럼, 그 전화벨처럼 오는 것이다.

영락리나 송악산 그쯤으로 전율하듯 오는 봄 마중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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